벼랑 끝에서 살아돌아온 '꼴찌 펀드'
2014년 극심한 수익률 부진을 겪은 뒤 지난해 환골탈태에 성공한 펀드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 투자전략을 과감하게 수정하고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서 반전을 이뤄냈다는 분석이다.

1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용하는 액티브펀드 중 2014년 수익률 ‘꼴찌’(-29.24%)인 NH-CA대한민국녹색성장의 작년 수익률은 7.04%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39%)을 넘어섰다. 작년 3월 고영훈 트러스톤자산운용 펀드매니저를 영입한 뒤 포트폴리오 전면 수정에 나서면서 수익률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준혁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한화1조클럽펀드의 지난해 수익률은 34.35%였다. 499개 국내 주식형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 가운데 전년 대비 수익률 상승폭(39.29%포인트) 1위에 올랐다. 한화자산운용은 한화정통액티브펀드(작년 수익률 30.30%), 한화골든불스펀드(28.91%) 등 전년보다 수익률이 20%포인트 이상 상승한 펀드가 12개에 달했다.

이들 펀드는 2014년 부진을 겪은 뒤 리서치(연구) 인력을 대폭 늘리고 회사 차원의 투자전략을 전면 재수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NH-CA자산운용은 지난해 리서치 인력 5명과 펀드매니저 10명을 새로 뽑았다. 회사 차원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전략으로 종목선택 기준을 바꿨다. 이전엔 회사 차원이 아닌 팀이나 개별 펀드매니저의 종목 선택이 주를 이뤘다.

한화자산운용도 지난해 초 리서치 파트를 리서치팀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회사 투자원칙을 원점에서 다시 세웠다. 2014년 하반기부터 한화1조클럽펀드를 맡고 있는 이준혁 펀드매니저는 “작년 하반기 중소형주 하락 장세에서 회사의 가치투자 원칙에 따라 농심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설정액 1조원 이상의 대형 펀드 중에선 박현준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이 이끄는 한국투자네비게이터펀드의 성과가 좋았다. 2014년엔 수익률이 -2.25%로 부진했지만 작년엔 15.53%로 향상됐다. 박 본부장은 “작년 하반기 현대자동차 등 저평가된 수출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꾼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2011년 펀드 설정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냈던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는 지난해 주춤했다. 2014년에는 14.96%의 수익률로 상위권에 속했지만 작년엔 2.40%로 떨어졌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