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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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불확실성이 걷혔다. 이에 발맞춰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선진증시는 물론 중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도 크게 뛰었다.

하지만 국내 증시만 장중 한때 하락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증시의 급등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외국인이 '셀 코리아'를 외친 탓이다. 이들은 이달 첫 거래일을 제외하고는 날마다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이 기간에만 순매도 금액은 3조원에 가깝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8.56포인트(0.43%) 소폭 오른 1977.96을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지수는 외국인의 매도 물량이 1100억원을 뛰어넘으면서 하락 반전, 1960선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반면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전날 대비 1.59% 뛰었고 대만 가권지수도 1.65% 올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오후들어 1.7% 이상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도 강세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따른 불확실성 제거와 점진적인 인상 소식에 시장이 안도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국내 증시만 뛰어오르지 못하는 이유로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을 지목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상승반전, 외국인의 매도 심리를 부추긴 점도 부정적이란 설명이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 이유에 대해 "금리인상과 더불어 급락한 국제유가 때문"이라며 "국내에서 8번째로 주식비중이 높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금이 유가급락 여파로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자금 이외에도 기타 외국인들은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국내 금융시장의 반응과 경제지표 등을 확인하고 싶은 심리가 큰 것 같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11월부터 본격화됐다.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상장 주식 1조1680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12월 한 달 동안에만 이들의 매도금액은 3조원에 육박한다.

또 지난달 순매도액 상위 국가는 싱가포르(3524억원), 사우디아라비아(3083억원), 캐나다(2978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하락 여파가 중동계 자금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신흥국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오히려 커진 셈"이라며 "한국의 수출 비중도 선진국보다 신흥국 수출이 압도적인 수준이라서 시장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금리인상 이후로 당분간 달러화 강세 현상이 진정되더라도 달러 인덱스는 유로화 등 선진국 통화 대비 진정으로 봐야 한다"라며 "달러의 진정이 신흥국 통화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대로 국제유가는 폭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계 자금의 이탈 우려는 지속될 것"이라며 "당분간 국내 증시의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다만 "그간 달러화 강세가 외국인 매도를 이끌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요즘 매도 주체는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미국의 금리인상 전후의 외국인 매도를 신흥국으로부터 선진국으로의 자금 이탈로 연결지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마 연구원은 "국제유가 역시 달러화 강세의 영향이 없을 수 없겠지만 이란 수출 등 다른 영향에 크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국제유가도 바닥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중동계 자금의 매도가 진정되면 국내 시장에서도 외국인 매도가 반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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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