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흑자전환 기대…'과도한 낙관론' 지적도
현대차 개선…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뒷걸음


국내 제조업체들의 '불황형 흑자'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내년 국내 기업들의 외형과 수익성이 올해보다 한층 개선될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올해 대규모 적자를 낸 조선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한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내년 기업 이익이 시장 기대만큼 나아질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존재하는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 236곳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135조1천1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인 116조4천158억원보다 16.06% 늘어난 수치다.

내년 매출액과 순이익도 1천723조9천397억원과 100조7천440억원으로 올해 추정치(매출액 1천631조3천233억원, 순이익 89조9천150억원)보다 각각 5.68%, 12.04%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이는 한 달 전 시장 컨센서스보다 매출액은 0.39%,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0.06%와 1.11% 낮아진 수치다.

업종별로는 대우조선해양 등 올해 '실적 충격'(어닝 쇼크)을 안긴 종목이 포함된 자본재 업종의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746.33%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다.

보험(49.07%), 상업서비스(33.29%), 소비자서비스(31.47%), 제약·바이오(30.76%), 소프트웨어(28.68%), 의료장비·서비스(27.59%), 생활용품(23.08%) 업종 등의 실적 눈높이도 높아졌다.

반면 반도체(-18.12%), 디스플레이(-11.45%), 증권(-4.41%) 등 업종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종목별로 보면 올해 4조2천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대우조선해양이 내년 1천67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것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줄줄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됐다.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현대차(10.42%), 현대모비스(6.91%), 기아차(14.31%) 등 자동차 3인방에 대한 내년 영업이익 눈높이도 한층 높아졌다.

최근 전기차 수혜 기대감으로 연일 주가가 상승 중인 LG화학도 올해보다 13.24% 늘어난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삼성전자(-0.37%)와 한국전력(-0.95%), SK이노베이션(-4.84%), SK하이닉스(-20.88%), LG디스플레이(-42.18%) 등 일부 종목의 눈높이는 낮아진 상태다.

백찬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화두는 시장 전체 매출액 개선에 따른 실적 방향성과 이에 따른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정상화 수준"이라며 "2011년부터 작년까지 이어진 실적 감익 추세가 끝나고 매출 성장에 기반을 둔 대형주 중심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선 시장의 '핑크빛 전망'이 현실화돼 증시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와 기업의 실제 실적 간 괴리가 커지는 어닝 쇼크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는 조선 업종이 내년에 흑자로 반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대표적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상장사 전체 이익 증가분의 75.3%를 차지하는 조선·철강·건설·에너지화학·운송 등 업종은 2012년 이후 만성적인 어닝쇼크가 발생하는 분야"라며 "내년 기업 실적 전망치에 낙관적 편향이 크게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그동안 소재·산업재 업종의 대차대조표 부실 반영이 일단락됐다는 논리는 반복적으로 대두됐다"며 "이익 추정치의 가측성이 떨어지는 섹터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점에서 내년 실적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 등도 변수로 꼽힌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경제의 변화 속도가 느려졌는데 그 경제에 소속된 산업과 기업의 성장이 빨라진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해석"이라며 "저성장 기조가 지속된다면 기업이익 모멘텀의 변화는 거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수적으로 예상한 내년 코스피 상장사의 순이익은 약 85조원으로 올해보다 소폭 개선되는 데 그칠 전망"이라며 "제한적인 실적 회복은 코스피의 박스권 상향 돌파를 제약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