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인 한국회계기준원장 "회계기준제정 의장국 맡는 한국…보험회계 등 현안에 목소리 낼 것"
“회계 국격이 높아지면 한국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입니다.”

장지인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사진)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아시아·오세아니아 회계기준제정기구그룹(AOSSG) 의장국이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AOSSG는 일본 중국 호주 등 26개국 회계기준제정기구의 협의체다. 2013년 부의장국에 선출된 한국은 오는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는 AOSSG 연차총회에서 의장국이 돼 2년간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대표로 활동한다.

AOSSG 의장을 맡는 장 원장은 “유럽을 견제할 수 있는 그룹으로 평가받는 AOSSG의 의장국이 된다는 것은 회계 국격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라며 “국제사회에서 회계문제에 대해 한국의 발언권이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OSSG 의장국 자격으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제·개정하는 자문기구에도 참석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경영 및 재무구조에 큰 영향을 주는 보험회계기준, 외화 환산처리, 영업권 상각, 온실가스 배출권 등 굵직한 회계 현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AOSSG 의장국에 오르는 것을 계기로 한국 회계 투명성의 신뢰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장 원장은 “현재 한국의 회계 투명성 지표는 바닥이기 때문에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며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고 회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만큼 회계 투명성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 5월 발표한 ‘2015년 국가경쟁력 비교’에서 한국의 회계투명성지수는 61개국 중 60위로 ‘꼴찌’ 수준이었다.

그는 “각종 분식회계 사태와 수주산업 ‘빅배스’(과거 부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것) 논란으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기업의 건전한 판단력을 높일 수 있는 회계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세우다 보니 상대적으로 회계 투명성이나 투자자 보호는 소외받는 측면이 있었다”며 “한국 경제가 성장기에서 성숙 단계로 넘어가는 만큼 금융당국도 회계정책에 대한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 원장은 대구고와 중앙대 경영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정부업무평가위원장과 한국회계학회 회장, 중앙대 부총장 등을 지냈다.

하수정/김태호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