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세금 폭탄 피하자"…연금저축펀드에 1300억 뭉칫돈
연말을 앞두고 소득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로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선 이후 환매 물량이 쏟아지는 일반 주식형 펀드와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마땅한 재테크 상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세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9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금저축펀드에 최근 한 달 사이 1322억원이 들어왔다. 최근 3개월로 범위를 넓히면 새로 들어온 자금이 4972억원에 달한다. 최근 한 달 동안 1조3206억원어치의 환매 물량이 쏟아진 주식형 펀드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연금저축펀드 시장에서는 KB자산운용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표 상품인 ‘KB연금가치주증권전환형’은 올 들어 972억원의 자금을 새로 유치했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 중에는 ‘슈로더유로연금’(694억원) ‘한화연금저축글로벌헬스케어’(612억원) ‘삼성클래식차이나본토연금H’(582억원) 등이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연금저축펀드의 매력은 절세에 있다. 1년 동안 펀드에 400만원을 집어 넣으면 연말정산 때 투자액의 13.2%(52만8000원)를 환급받을 수 있다. ‘세테크’를 통해 4000만~5000만원의 원금을 1년 동안 정기예금에 넣어둬야 얻을 수 있는 이자를 버는 셈이다.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자, 종합소득 4000만원 이하 사업소득자의 환급액은 64만8000원(세액공제율 16.58%)에 달한다.

수익률 면에서도 일반 주식형 펀드 못지않다.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6일 기준)은 3.65%로 시중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가 넘는다. ‘미래에셋성장유망중소형주’(연초 이후 30.26%),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C-P)’(29.55%) 등 국내 중소형주를 담는 펀드들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연금저축펀드는 10~30년 장기 투자해야 하는 상품이다. 계좌 내에서 펀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매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분위기를 살펴보고 ‘쭉정이 펀드’들을 걸러내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연금저축계좌 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성과가 기대되는 배당주 펀드나 공모주 펀드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보수적으로 상품을 골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올해 성과가 부진했던 신흥국펀드에 대해서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브라질은 원자재 수출 부진 및 투자 감소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며 “재정이 악화돼 경기부양책을 쓰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중국 펀드에 대해 “주가 수준이 싼 데다 국영기업을 개혁하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며 “비중을 늘리기는 이르지만 기존 펀드를 환매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