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은 장기전…행동주의 투자자의 방식 영원할 수 없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사진)이 단기 차익을 노린 행동주의 투자자들을 또다시 비판했다.

핑크 회장은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주최로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투자콘퍼런스에서 “S&P 100대 기업이 순이익의 108%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쓰고 있다”며 “이는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행태를 ‘분기 자본주의(quarterly capitalism)’로 지칭하며, 미국 대기업들이 분기 배당을 위해 대규모 차입과 채권 발행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핑크 회장은 이사회에 대해서도 “장기 투자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은 ‘나쁜 경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경영은 장기전”이라며 “리더들이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핑크 회장이 대표적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이 애플 등 대기업 지분을 매입한 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압박하는 행태를 비판하며 “아이칸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는 영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핑크 회장이 행동주의 투자자를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3월 S&P500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경영자들이 주주친화적 기업이라는 평판과 이미지를 얻기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있다”며 “경영자의 충성심은 일시적으로 주식을 가진 주주가 아니라 장기적 투자자를 향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사주 매입 등이 단기적으로 주가를 올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기업의 장기 성장에 필요한 투자와 혁신, 인력 확보를 제대로 못하게 해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해악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 경제주간지 포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사용한 자금은 9000억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블랙록은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의 870억달러 규모 머니마켓펀드(MMF) 부문을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블랙록의 현금자산 운용부문의 규모는 3720억달러로, JP모건체이스를 제치고 피델리티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