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뉴욕증시에서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2일 이후 6거래일 동안 9.35%나 올랐다. 같은 날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과 자사주 매입 계획을 동시에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린 덕분이다.
['연말 중시의 핵' 자사주] 구글 지주사, 자사주 매입 발표후 9% 올라
이 회사는 올 4분기에 보유 현금으로 51억달러어치의 자사주를 취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업은 자사주를 매입하면 대부분 소각한다”며 “미국 기업이 자사주 지분 1% 매입을 발표하면 주가도 똑같이 1% 뛴다”고 말했다.

자사주 취득 효과는 관련 지표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자사주 매입이 잦은 100개 종목 주가를 산출해 만든 ‘S&P500 자사주 매입기업지수’는 최근 5년 새 107.76% 올라 같은 기간 S&P500지수의 수익률(76.58%)을 크게 앞질렀다.

미국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을 매년 늘려나가고 있다. S&P500 기업의 자사주 취득 금액은 2009년 1380억달러에서 지난해 5530억달러로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이 32.1%에 달했다. 이들 기업의 배당금은 2009년 1956억달러에서 지난해 3504억달러로 늘었다.

장희종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한 정보기술(IT) 업체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S&P500 기업 가운데 자사주 매입에 가장 돈을 많이 쓴 곳은 애플로 지난해 450억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엑슨모빌(132억달러), 인텔(108억달러), 웰스파고(94억달러), 오라클(81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 확대 움직임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요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사냥꾼’으로 통하는 헤지펀드 투자자 칼 아이칸이 2013년부터 애플에 자사주를 매입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아이칸의 압박에 애플은 2013~2014년 709억달러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김익환/김우섭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