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에서 주가연계증권(ELS)을 담당하는 트레이딩 부서들이 지난달 100억~300억원 정도씩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ELS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급락한 여파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주요 대형 증권사의 ELS 헤지(위험회피) 손실이 100억원을 웃돈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ELS 헤지를 하는 과정에서 100% 헤지를 하지 않아 손실이 났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트레이딩 부서 담당임원의 경질설이 나돌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4~5개 증권사는 올 들어 ELS로 벌어들인 수익을 지난달 이후 전부 까먹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ELS를 판매하면서 똑같은 구조의 ELS를 사는 방법으로 위험을 회피한다. 외국계 금융회사로부터 연 7% 수익을 얻는 조건으로 ELS를 사서 연 6.5%의 조건으로 국내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ELS를 발행하면 위험 요인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지만 증권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주요 증권사는 전체 ELS 판매액의 40% 안팎을 자체적으로 헤지하고 있다. 일종의 ‘불완전 헤지’로 HSCEI가 저평가됐을 때 지수 선물을 매입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된다.

문제는 지난달처럼 지수가 급락할 때다. 지수가 낮아졌다고 보고 선물을 매입했다가 지수가 더 빠지면서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김태훈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연구위원은 “최근처럼 지수 변동성이 커질 때는 하루에도 여러 번 잘못된 매매 신호들이 나온다”며 “ELS 헤지용 자금을 운용하기 힘든 시기”라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ELS 관련 손실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HSCEI 연계 ELS의 판매가 중단되면서 홍콩 선물시장이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들고 있는 HSCEI 지수 선물을 팔고 싶지만 금액이 커 매물을 받아줄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는 선물 가격의 하락, 증권사들의 손실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증권사들은 ELS와 연계한 파생상품 매매수요에 힘입어 홍콩 선물시장에서 ‘큰손’으로 꼽혀왔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HSCEI와 연계한 ELS 상품의 판매 중지 조치를 풀어주지 않으면 증권사들의 ELS 관련 손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증권사들이 고육지책으로 새로운 상품의 수익률을 낮게 매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