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해외부동산 투자 본격 '시동'
미래에셋증권이 전 세계 유망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사모펀드(PEF) ‘미래에셋맵스글로벌사모부동산투자신탁1호’에 1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글로벌 종합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100% 유상증자를 결정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본격적으로 해외 투자에 시동을 건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글로벌사모부동산투자신탁1호’에 1000억원을 7년 만기 수시납입 방식으로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 펀드 설정일은 내달 16일이다.

이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있는 부동산 투자 사모펀드(PEF)다. 올 연말까지 주요 연기금과 보험사, 그룹 계열사 등의 자금 5000억원을 모아 차입금과 합쳐 총 1조원대 펀드로 조성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이 부동산 사모펀드에 1000억원대 자금을 투자하는 건 2010년 ‘맵스프론티어사모부동산투자신탁28호’(1260억원) 이후 5년여 만이다. 그간 중국 상하이 미래에셋빌딩(380억원), 상장펀드 ‘맵스리얼티’(200억원), 인도 부동산(425억원), 브라질 부동산(190억원), 센터원 빌딩(1260억원), 브라질 부동산(300억원), 미국 시카고(150억원)와 워싱턴(300억원) 등에 투자하기 위해 2006년부터 8개의 부동산펀드에 출자해왔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앞으로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부동산 투자에 발벗고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회장이 심사숙고 끝에 인터넷은행 진출을 접고 종합 금융회사를 선택한 만큼 회사의 근간이었던 자산운용부문을 더 키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박 회장이 지난 9일 100%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3조원’ 조건을 갖추고 대우증권 인수전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도 외형(매출)과 내실(수익성)을 고루 키워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주식거래 매출(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은 대형사 대우증권 인수를 추진하는 한편 해외 건물과 땅, 물류시설 등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에 1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한 부동산 사모펀드는 페덱스의 물류시설, 독일의 사무용 빌딩 등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또 기존에 투자했던 ‘미래에셋맵스프론티어사모부동산투자신탁28호’를 약 1800억원에 미래에셋생명보험에 매각하는 안건도 이날 의결했다. 지난 10일 기준 평가액으로는 1632억원이지만 23일에 기준가를 1800억원 안팎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1260억원에 매입했으니 약 540억원의 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이 투자신탁을 매각하는 건 자본시장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수익을 최대한 챙길 수 있는 묘안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펀드는 미래에셋그룹의 빌딩 ‘센터원’ 지분 50%를 갖고 있는 데 현재는 건물 시행사였던 ‘글로스타’가 임차인들과 계약을 맺고 있지만 재계약 시점인 내년 3월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펀드 소유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을 흡수합병한 법인)이 계약주체가 된다.

자산운용사가 자사 펀드를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85조를 위반하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계열사 중 업종의 성격상 안전자산을 오래 들고 있어도 되는 미래에셋생명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