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회전율과 운용 성과는 반비례…손 탈수록 펀드 수익률 떨어졌다
급변하는 증시 환경 속에서 편입 종목을 빈번하게 바꾸는 운용사의 펀드 성과는 좋지 않은 데 비해 포트폴리오를 거의 바꾸지 않은 운용사의 펀드는 고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의 매매회전율이 높을수록 거래비용이 증가해 펀드 수익률을 갉아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가 공시한 지난 2분기 자산운용사들의 연 환산 매매회전율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원 이상 국내주식형펀드(공모형 대상)를 굴리는 운용사 중 KTB자산운용이 543.1%로 가장 높았다. 이어 JP모간(516.6%) KDB(481.5%) 순으로 펀드 내 종목의 손바뀜이 잦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회전율이 100%라는 것은 해당 기간 펀드 내 편입 종목을 한 번씩은 변경했다는 의미다. 이들 운용사는 1년 동안 펀드를 운용하면서 포트폴리오 전체를 네다섯 번씩 갈아치운 셈이다.

이처럼 펀드 내 손바뀜이 잦았던 운용사의 수익률은 평균을 밑돌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급등락을 거듭한 코스피지수는 지난 18일까지 4.50% 상승했다. 올 들어 이보다 저조한 성과를 기록 중인 운용사 절반가량은 매매회전율이 300~500%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KTB자산운용은 올해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0.3%에 불과하다. 올해 -4.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현대자산운용의 매매회전율도 287.81%로 높은 수준이다.

매매회전율이 가장 낮은 운용사는 22.1%를 나타낸 메리츠자산운용이었다. 지난 2분기 펀드에 담고 있던 종목 중 교체한 것은 4분의 1에 불과했다. 삼성(50.0%), 에셋플러스(64.2%), 라자드코리아(98.4%) 등의 매매회전율도 100% 미만으로 낮았다. 저평가 종목을 사서 장기투자를 통해 초과 수익을 누리는 가치투자로 유명한 운용사가 대부분이다.

매매회전율이 100% 미만인 운용사 5곳 중 한국투신운용을 제외하고 4곳은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웃돌았다. 매매회전율이 22%인 메리츠운용은 올해 27.93%, 매매회전율이 50.01%인 삼성자산운용 역시 올 들어 8.96%의 수익률로 선전하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투자종목을 자주 바꾸는 것보다는 일시적으로 성과가 저조해도 일관성 있게 포트폴리오를 유지한 운용사들이 더 효과적으로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잦은 종목 교체 시 거래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투자 타이밍을 놓쳐 수익률 악순환을 겪을 수 있어서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