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본점.
한국은행 본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석 달째 1.5%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국내 경기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부담이 크고 일주일 앞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도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하 요인 있지만 '가계부채·자본유출' 부담"

한은 금통위는 11일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1.5% 수준에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금통위는 지난 6월 이후 석 달째 금리 동결 기조를 지속했다.

일찌감치 시장에선 금통위의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115명)의 95.7%가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금투협 측은 "수출 감소·내수 침체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등 금리 인하 기대요인은 있다"면서도 "가계부채 증가와 자본유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금리는 동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국내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나고 있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9월 그린북)을 통해 "우리 경제는 소비, 투자, 고용이 증가하며 2분기 부진에서 회복되는 모습이지만 수출 둔화로 광공업 생산이 감소하고 물가상승률도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불안이나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영향과 국내외 경기 동향을 자세히 모니터링하겠다"며 "필요시에는 즉각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가계 빚' 문제도 금리 동결 배경이다. 부채 규모가 이미 11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증가 속도도 가팔라 우려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지난 8월 한 달 동안만 7조8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증가하며 8월 기준 역대 최대폭을 기록했다. 증가액은 전월(7조3000억원)보다 커졌다.

정성태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한은이 가계부채 증가 문제에 대해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 동결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통상 부채는 금리를 내릴 경우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한은, 연내 금리 인하 나설 가능성은?

금통위는 일주일 후에 열릴 미국 FOMC회의를 앞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16~17일(현지시간) 9월 FOMC회의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는 상황에서 금통위가 섣불리 금리 조정에 나설 만큼 국내 경제가 다급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성태 연구원은 "경제가 뚜렷하게 살아나고 있다고 볼 순 없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에서는 벗어났다"며 "물가, 성장률 측면에서 봤을 때 현재의 금리 수준은 충분히 경기를 부양시킬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의 성장이 더딘 이유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 중국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 둔화 등 외적인 요인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한은이 지난해 이후 네 차례나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국내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내부 금리인하 만으로는 부양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 6월까지 0.25%포인트씩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1.5%까지 내렸다.

김 연구원과 정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한은의 연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고 내다봤다.

다만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아직 열어놔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의 경기부진이 지속돼 국내 경제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다면 금리인하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권영선 노무라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이 올해 10월과 내년 3월에 금리를 각 0.25%포인트 씩 인하해 기준금리를 1%로 낮출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현재 실질금리수준이 경기 회복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수출 전망이 예상보다 부진해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환율 경로를 활성화해 수출 회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