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하락 속에 한국 주식시장이 반등에 성공한 25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글로벌 증시 하락 속에 한국 주식시장이 반등에 성공한 25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중국 증시가 연일 7~8%대 폭락을 거듭하는 불안이 계속되고 있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7거래일 만에 나란히 반등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3.96% 급락하는 등 주변국 증시가 휘청이는 속에서도 상승 마감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으로 타결된 덕분에 투자심리가 되살아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화학 조선 등 그동안 부진했던 대형주가 반격을 주도했다. 대북경제협력 관련주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중국 불안’ 이겨낸 ‘南北 합의’

코스피지수는 25일 16.82포인트(0.92%) 상승한 1846.63에 마감했다. 지난 13일(0.40% 상승) 이후 7거래일 만의 반등이다. 코스닥지수도 7거래일 만에 32.10포인트(5.23%) 뛰어올랐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93개의 주가가 오르는 등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불안 가시지 않는 주식시장] 한국 증시, 중국 불안에도 모처럼 상승…외국인 이탈은 여전히 부담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기준) 중국 증시 개장 이후 동반 급락했던 전날과는 모습이 확연히 달랐다. 이날 한국 주식시장은 상하이종합지수가 장중 6~8%대 폭락할 때도 굳건히 버텼다. 대신증권 분석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한국과 중국 증시 간 상관관계가 0.74(1에 가까울수록 동조화 정도가 높음)에 이를 정도로 ‘쌍둥이’처럼 움직였지만 시장 불안이 증폭되던 결정적 순간에 다른 길을 갔다.

주식시장이 한숨 돌릴 수 있었던 데는 ‘북한 리스크’가 해소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이를 반영하듯 대북경협주로 분류되는 현대상선이 7.83% 뛰었고, 현대엘리베이터는 4.73% 상승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났다”고 분석했다.

한국 주식시장의 ‘주력’인 대형 수출주도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 원화약세에 힘입어 현대자동차(3.51%), 기아차(4.85%) 등 자동차 관련주의 상승률이 높았다. SK하이닉스(7.89%), LG디스플레이(3.13%) 등 정보기술(IT)주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올 들어 부진을 면치 못했던 LG화학(1.15%), 현대중공업(6.90%) 등 ‘중후장대형’ 종목도 반격에 동참했다.

지난달 중순 조정장이 시작된 이후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화장품·바이오주도 일제히 반등해 ‘주도주’로서의 면목을 세웠다. 아모레퍼시픽(1.49%)과 한국화장품(16.42%), 산성앨엔에스(6.69%) 등 화장품주가 동반 상승했다. 국제약품(16.67%), 종근당홀딩스(16.53%), 셀트리온(14.26%), 바이로메드(12.98%), 씨젠(7.20%) 등 제약·바이오주도 급등했다.

○‘암초’ 여전한 대외환경

주식시장이 ‘한숨’은 돌렸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우선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게 큰 부담이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7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이날도 5308억원어치를 내다 팔며 14거래일 연속 한국 증시에서 발을 뺐다.

위기의 ‘진앙’인 중국 증시가 언제 안정될지, 어느 정도 수준에서 하락세가 멈출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전체 수출의 25%가량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선 중국 경제의 동향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시장과 중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이 큰 가운데 중국 증시가 계속 흔들릴 경우 아시아 전역으로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한국 증시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김동욱/민지혜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