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24일 오후 3시50분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국내 기업 매물 중 최고가로 사모펀드(PEF)에 팔릴 전망이다. 주요 PEF의 한국계 핵심 운용역들이 7조원대 매물인 홈플러스를 놓고 결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인사이트] '한국계 PEF 별'들, 홈플러스 인수놓고 한판
영국 테스코그룹이 24일 홈플러스 지분 100%를 팔기 위해 실시한 본입찰에 국내 최대 PEF MBK파트너스와 글로벌 PEF인 KKR-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 컨소시엄, 칼라일그룹 등 3곳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 제안가격은 부채를 포함한 기업가치(EV) 기준 7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관계자는 “최종 가격은 7조5000억원을 웃돌 수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인수합병(M&A)은 신한은행의 LG카드(78.6%, 6조6765억원) 인수 건이다.

홈플러스 인수전에 뛰어든 PEF 운용사들은 한국계 스타 운용역이 인수 작업을 총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국 기업과 문화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이번 M&A에서 유리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홈플러스 인수전 결과가 향후 아시아 지역 ‘PEF 맹주’를 결정짓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KR에 복수전 벼르는 김병주

[마켓인사이트] '한국계 PEF 별'들, 홈플러스 인수놓고 한판
김병주 MBK 회장은 2009년 오비맥주 인수전 당시 조지프 배 KKR 아시아 대표에게 석패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하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그는 사석에서 “바이아웃(경영권을 사고파는 거래)이 장기인 KKR이 매각 주체인 AB인베브에 ‘콜옵션(경영권 재매입 권리)’ 계약을 보장할 것으로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허를 찔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KKR은 4년 후 콜옵션을 행사한 인베브에 오비맥주를 되팔아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다. 사모펀드가 아시아에서 거둔 최대 매각 차익으로 기록돼 있다.

○조지프 배, KKR 후계자 굳히기

배 대표는 글로벌 PEF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으로 통한다. 외신 등에 따르면 그는 운용자산 100조원이 넘는 KKR의 창업주를 승계할 두 명의 차기 후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후계자 반열에 올라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오비맥주 인수 및 매각 건이었다는 분석이다.

배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오비맥주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당시 입찰 경쟁사였던 박영택 AEP 회장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전격 제안해 인수를 성사시켰다. 미국 하버드대, 골드만삭스, KKR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며 유연한 사고체계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KR은 이번 홈플러스 인수전에서도 본입찰 직전 AEP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아시아 대표 PEF 노리는 박영택

박 회장은 배 대표와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선 국내 대기업 출신이다. 삼성전자 재무팀에서 19년을 재직한 후 UBS캐피탈을 거쳐 공동 창업주인 KY 탕과 함께 AEP를 세웠다. 하이마트, 더페이스샵처럼 경영권을 가진 후에도 창업주에게 회사 경영을 맡겨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경우가 많다. 해외 PEF들에선 찾기 어려운 사례다. 홈플러스 인수에 성공할 경우 MBK를 제치고 아시아 대표 PEF 운용사에 오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이상현 칼라일 한국 대표는 AEP 출신이다. 2011년 말 AEP를 나왔다. AEP가 국내에서 승승장구할 때 박 회장 밑에서 실무를 맡았다. 지난해 국내 2위 보안업체인 ADT캡스 경영권을 19억3000만달러(약 2조650억원)에 인수하면서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좌동욱/정영효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