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격당한 금융시장…미국·중국 악재 겹쳐 '설상가상'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외 악재에 북한의 포격 도발까지 겹치면서 21일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지수는 2% 넘게 하락해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원·달러 환율도 10원 가까이 오르며(원화가치 하락) 달러당 1195원까지 뛰었다.

이날 발표된 중국 제조업 경기지표가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4.27% 폭락했고, 일본의 닛케이225지수도 2.98% 떨어지는 등 아시아 증시가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38.48포인트(2.01%) 하락한 1876.07에 마감하며 올 1월16일(1888.13) 이후 7개월 만에 1900선이 무너졌다. 2013년 8월23일(1870.16) 이후 2년 만의 최저치다. 외국인이 442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12거래일째 한국 주식시장에서 발을 뺀 가운데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개인투자자들이 북한 포격 도발 등에 반응하며 투매에 가깝게 5328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유가증권시장보다 높은 코스닥지수는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29.66포인트(4.52%) 급락한 627.05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6.34% 폭락했다. 이날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84.82%,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90.9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후통첩 등으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주말 동안 관망하겠다는 심리가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글로벌 증시 불안에도 버텨주던 미국 증시마저 중국 경기불안 우려로 흔들리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며 “충격파를 가늠하기 어려운 북한 리스크마저 겹쳐 주식시장이 얼마나 더 빠질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북한군의 포탄 발사 소식에도 소폭(90전) 오른 달러당 1186원으로 출발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장중 1870선까지 추락하는 등 공포감이 확산되자 오후 3시 전일보다 9원90전 오른 달러당 1195원으로 마감했다. 2011년 9월26일(1195원80전) 이후 3년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주식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3.97포인트(23.93%)나 폭등한 18.49를 기록하며 작년 10월28일(18.65)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붙어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이날 일본 도쿄시장에서 9.30bp(1bp=0.01%포인트) 뛴 77.30bp를 기록했다. 2013년 5월31일(79.02bp) 이후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이 높아진 것은 그만큼 해당 국가 또는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면서 채권값은 이날 올랐다(금리는 하락).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1%포인트 내린 연 1.7%,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3%포인트 하락한 연 2.25%에 마감했다. 증시에서 일시적으로 이탈한 자금 일부가 채권으로 몰린 데 따른 것이다.

김동욱/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