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이노션, 갤노트5·신형 쏘나타 '광고전' 덕 볼까
우울한 상반기를 보낸 광고 관련주(株)들이 올 하반기 계열사 신제품 효과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증권가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인하우스(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이노션이 하반기 계열사 신제품 출시와 함께 마케팅 잔치를 벌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음달 삼성전자는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 '갤럭시노트5'를 내놓는다. 현대·기아차도 올 하반기 쏘나타, 아반떼, K5, 스포티지 등 주력 차종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대거 출시할 예정이다.

◆제일기획, 갤럭시에 울고 웃는 주가…노트5 영향은?

30일 증권업계는 하반기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5와 현대·기아차의 신형차 출시에 따른 각 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의 수혜를 전망했다.

제일기획과 이노션과 같은 인하우스 광고대행사들은 취급고에서 그룹 계열사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계열사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전략에 실적과 주가가 영향을 받는다.

증권업계는 취급고 기준 그룹 계열사 비중을 대략 제일기획 60%, 이노션 70%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일기획 주가는 그동안 주요 광고주인 삼성전자의 신제품 출시 전후로 수혜 기대감에 반응해왔고, 판매 성적에 따라 주가 표정이 달라지기도 했다.

제일기획의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2% 감소한 422억원으로 집계됐다. 452억원으로 예상했던 증권사들의 전망치에는 조금 못 미치는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74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43%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338억원으로 8.34% 줄었다.

해외 부문 매출총이익이 28% 증가한 반면 본사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광고 경기가 위축된 데다 삼성전자 등 광고주의 마케팅 물량이 축소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광고선전비는 전년 동기보다 2.0% 감소한 1조1200억원으로 전망된다"며 "갤럭시S6 판매가 부진하면서 의미있는 광고선전비 집행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2분기 실적 우려가 커지면서 제일기획 주가는 지난 4월 기록한 연고점 대비 20% 넘게 급락했다. 갤럭시S6 출시를 앞두고 2만5000원대까지 뛰었던 주가는 현재 1만9000원대로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다음달 공개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5로 제일기획 주가도 다시 분위기 전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문지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다음달 중순 공개(언팩·unpack) 행사를 시작으로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 플러스 등 제품 마케팅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한 기대감에 제일기획 주가는 점차 저점을 탈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동적으로 집행되는 광고선전비를 감안하면 계열사 신제품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센티멘털(투자심리)에는 충분히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해마다 봄, 가을에 각각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제일기획은 신제품 효과를 주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면서도 "지난해부터는 매출총이익 증가율에 비해 신제품 출시에 따른 실적 영향력이 다소 약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새내기주 이노션, 풀체인지 신차 타고 달릴까

지난 17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이노션은 하반기 현대차발(發) 수혜를 기다리고 있다.

상장 이후 주가는 부진하다.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2.05% 낮은 6만6000원에 형성됐고, 주가는 열흘 만에 1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상장 이후 한 번도 공모가를 넘지 못한 데다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노션 주가의 반등 재료로 하반기 현대차그룹의 신차들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출시되는 신차들은 부분변경(마이너체인지)이 아닌 완전변경(풀체인지)이라는 점에서 수혜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익희 SK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의 경우 보통 풀체인지 제품이 마이너체인지 제품보다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기대할 수 있다"며 "올 하반기 현대차그룹은 근래 가장 강력한 마케팅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노션은 이번 상장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 그룹 물량에 더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주주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지분은 구주매출로 상장 후 각각 27.99%, 2%로 낮아졌다. 총수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30%를 밑돌면서 이노션은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 연구원은 "그동안 이노션은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묶여 계열사 물량이 다른 광고대행사로 분산되는 것을 바라만 봤다"며 "이번 상장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워지면서 계열사 취급고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봤다.

신건식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노션은 기업공개를 통해 모은 풍부한 현금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며 "계열사 물량과 해외 현지 광고주 확대를 동시에 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