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가격제한폭이 종전의 두 배인 ±30%로 바뀐 첫날인 15일 주식시장에선 팽팽한 눈치보기 장세가 벌어졌다. 하루 새 주가가 최대 60%나 뛰거나 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투자자들이 신중에 신중을 기했기 때문이다.

○‘칼집에 머문 칼’

주식 가격제한폭 확대 첫날 눈치보기…모두가 몸 사렸다
이날 증시는 지수도, 종목 주가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코스피지수는 9.85포인트(0.48%) 하락한 2042.32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6.55포인트(0.92%) 하락한 705.85에 장을 마쳤다.

당초 가격제한폭이 두 배로 확대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지만 첫날 ‘대박’이나 ‘쪽박’을 맛본 종목은 극소수였다.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종목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양홀딩스 태양금속 태양금속우 계양전기우 등 4개, 코스닥시장에선 GT&T 제주반도체 대호피앤씨우 등 3개로 총 7개 종목이었다. 상한가 종목을 포함해 15% 이상 오른 종목도 유가증권시장 9개, 코스닥시장 6개 등 15개에 머물렀다.

보통주보다 유통주식 수가 많지 않은 우선주가 상승률 상위 종목에 다수 포진했다. 삼양홀딩스(1조3488억원)와 제주반도체(2206억원)를 제외하면 이날 상한가 종목은 모두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의 소형 종목이었다. 그나마 우선주들은 시가총액 50억원 남짓한 초소형주였다.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한 종목은 없었다. 15% 넘게 떨어진 종목은 루보(-17.83%)와 산성앨엔에스(-15.85%) 등 코스닥시장에서만 8개가 나왔다. 작년 6월16일부터 올해 6월12일까지 1년간 상한가가 하루평균 17.4개 종목(유가증권시장 5.12개, 코스닥시장 13.32개)이 나왔고, 하한가가 하루평균 3.8개 종목(유가증권시장 1.03개, 코스닥시장 2.74개)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거래대금은 유가증권시장 4조9689억원, 코스닥시장 3조3606억원 등 총 8조3295억원으로 지난주까지 6월 하루평균 거래대금 10조7345억원에 비해 22.4% 줄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심리에 큰 변화를 줄 사건이 없었던 탓에 투자자들이 눈치만 봤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격제한폭 확대 후 상승률이 높은 종목 중 평소 거래량이 적고 시가총액 1000억원 정도의 소형주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적장’에서 본격 위력 발휘할 듯

눈치보기 장세를 벗어나 가격제한폭 확대의 영향력이 본격 반영되는 것은 2분기 실적시즌이 시작되는 내달 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깜짝 실적개선(어닝 서프라이즈)’이나 ‘실적 충격(어닝 쇼크)’이 발생할 경우 종목에 가해지는 충격파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이나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같은 외부 악재가 발생할 경우 개별 종목 변동성이 증대될 것이란 전망도 많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평상시엔 주식시장이 가격제한폭 확대 영향을 체감하기 힘들 것”이라며 “대형 호재나 악재가 생길 경우 개별종목 주가가 변동하는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위험종목군’으로 분류됐던 신용융자 잔액이 높은 종목들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리노스(-8.54%) 씨큐브(-6.48%) 다날(-4.54%) 대영포장(-3.74%) 등의 하락폭이 만만치 않았다.

김동욱/이고운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