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채권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되레 소폭 상승했다. 경기 하강 국면에 대응하기 위한 ‘단계적 인하’ 차원이 아니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따른 일회성 처방으로 받아들인 투자자들이 보유 채권 매도에 나선 결과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전문가들은 작년 8월 이후 네 차례에 걸친 인하 움직임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데 더 방점을 두고 있다. 채권 인기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채권 금리는 오히려 상승 "기준금리 마지막 인하…오를 일만 남았다"
○3년物 금리 0.024%P 올라

채권 금리는 한은이 이날 오전 10시께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하기 직전까지 보합권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인하 발표 직후엔 일시적으로 크게 요동치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되면서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0.024%포인트 오른 연 1.797%, 10년물은 0.061%포인트 상승한 2.526%에 마감했다.

채권 금리 오름세는 이 총재가 가계 부채에 대한 당국의 ‘각별한’ 대응을 촉구한 11시30분을 전후해 특히 가팔랐다. 이 총재가 ‘시장 금리가 여기서 더 낮아지면 가계 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계감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되면서다. 오후 1시52분 국고채 3년물은 전날보다 0.042%포인트 오른 1.815%에 거래되기도 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 부채 언급 등 ‘매파적’ 발언이 마지막 금리 인하라는 해석을 낳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작년 8월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2.25%로 0.25%포인트 낮춘 뒤 세 차례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씩 추가 인하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금리의 가파른 상승세도 투자자들의 채권 매수를 주저하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자산운용사 회사채 운용역은 “선진국 금리가 모두 오르고 있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렸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마음 놓고 채권을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 압력 커질 것”

전문가들은 앞으로 시장 금리의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8%대, 10년물 금리는 연 2.6%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부가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발맞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경우 금리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 자금 조달을 위해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리면 시장에 공급물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기간 1%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물가상승률이 하반기에 반등하면서 금리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글로벌 금리 상승세는 물가상승률 반등에 따른 ‘금리 정상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한국도 연말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이 1%대 중후반으로 높아지며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