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11일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을 ‘불법적 시도’로 규정해 가처분 소송을 내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곧바로 “회사 이익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적법하고 정당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장외거래를 통해 보유 중인 자사주 5.76% 전량을 우호세력인 KCC에 넘겼다.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부활한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법적 합병과 관련해 절박한 상황에서 삼성물산 이사진과 관계자들의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불법적인 시도”라며 “가처분 소송 제기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합병을 저평가된 삼성물산 순자산의 7조8500억원가량을 제일모직 주주에게 아무런 보상을 받지 않고 우회 이전하려는 시도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이번 자사주 매각이 △사업 다각화와 시너지 제고 등 합병 목적 달성 △해외 헤지펀드 공격으로부터 회사와 주주 이익 보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내부 법률 검토 결과”라며 “과거 사례를 봐도 법원이 이사회의 자사주 매각을 문제 삼은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전날 자사주 매각을 결의하면서 2003년 SK그룹의 자사주 매각과 최근 엔씨소프트의 자사주 매각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영국계 소버린펀드는 SK의 자사주 매각을 막아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SK의 손을 들어줬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경영 참여에 대응해 자사주 195만주를 우호세력인 넷마블게임즈에 매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