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다음달 1일 중기자산배분안을 확정하면 2020년까지 해외 주식 투자가 100조원 이상 늘어나지만 국내 주식과 채권 투자도 총 160조원가량 증가한다. 예를 들어 ①안대로 국내 주식 비중을 18%로, 국내 채권 비중을 44%로 작년 방안보다 각각 2%포인트 줄이는 방안을 확정하면 2020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자산은 153조원, 국내 채권은 374조원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 5년 동안 국내 주식 자산이 61조7000억원, 국내 채권이 98조6000억원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대체투자 자산도 68조원 늘어난다. ②안대로 국내 채권 비중만 4%포인트 줄이더라도 채권 매입 절대 규모는 작년 258조원에서 2020년 374조원으로 45% 늘어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자산은 83조9000억원, 국내 채권은 258조원이었다.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1335조원, 국내 채권시장의 전체 발행잔액이 1518조원인 만큼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28%, 17%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향후 5년간 국내 주식·채권 투자 비중을 줄이더라도 국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연금의 자산 위탁운용사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의 허필석 대표는 “국민연금 덩치가 불어나는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비중을 줄여도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절대금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국내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공채는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진영 연세대 교수는 “현재 정부와 공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의 상당량을 국민연금이 사들이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국고채 매입 여력이 줄게되면 향후 정부 재정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