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서모씨(44)는 올 2월 증권사에서 개인형 퇴직연금(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계좌를 텄다. 당초 예상보다 적은 연말정산 환급액을 받아든 뒤다. 서씨는 “세금 환급액을 늘리려고 연금저축 외에 월 25만원씩 IRP에 넣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사이에서 ‘IRP 재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IRP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가 올해부터 연간 300만원 확대되면서다. 퇴직자가 퇴직급여를 IRP로 이체했다가 연금으로 수령하면 소득세를 30% 적게 내도록 세법이 바뀐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IRP 재테크' 열풍…3개월새 6000억 뭉칫돈
○추가 적립액도 대폭 증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개인형 IRP 적립액은 8조1372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8.0%(6014억원) 늘어났다. 1년 전(6조4193억원)과 비교하면 26.8% 급증한 수치다.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등 모든 유형의 퇴직연금 중에서 적립액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올 1분기에 DC형 적립액은 4.5% 증가했고, DB형은 오히려 1.4% 줄었다.

눈에 띄는 점은 IRP의 ‘추가’ 적립액이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정기 납입액 외에 IRP 계좌에 별도 입금한 돈이 1~3월에만 709억원에 달했다. 가장 많은 555억원이 은행권에 유입됐고, 증권사(102억원) 생명보험사(39억원) 손해보험사(12억원) 등의 순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IRP 추가 적립액은 대부분 세액공제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작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만 IRP 적립액 중 펀드 예금 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고 현금·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돌려놓은 대기성 자금이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쉬고 있는’ 돈이 많다는 얘기다. 퇴직연금 중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증권사가 가장 높은 16.5%였고, 은행(5.1%) 생보사(4.6%) 손보사(1.6%) 순이었다.

IRP 적립액이 가장 많은 금융회사는 국민은행으로 1조5648억원으로 집계됐다. 다음으로 신한은행(1조1811억원) 우리은행(9546억원) 삼성생명(6064억원) 삼성증권(4404억원) 등이었다.

○연간 최대 116만원 환급

IRP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세제혜택 덕분이다. 작년만 해도 연간 최대 400만원(연금저축 납입액 합산)을 납입하면 52만8000원(13.2%)을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 세혜택 한도가 700만원으로 확대됐다.

연간 총급여액이 55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는 추가 300만원의 세액공제를 합해 내년 초 최대 92만4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연급여가 5500만원을 밑돌면 세혜택이 더 많다. 세액공제율이 16.5%로 계산돼 최대 115만5000원을 아낄 수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 은퇴교육센터장은 “퇴직금을 IRP 계좌로 이체한 뒤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일시금에 비해 세금을 30% 적게 내도 된다”며 “다만 중도 인출이 어렵기 때문에 여윳돈으로 추가 적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는 7월부터는 IRP·DC형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현행 40%에서 70%로 확대된다. 주식형 펀드의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등 종전보다 자유로운 자산배분을 할 수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