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표시 중국 채권이 보험회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배경엔 연 1%대로 떨어진 저금리가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 이뤄진 기준금리 인하로 국내 회사채 금리가 곤두박질치자 기관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채권 공급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수요자들의 저변도 넓어지고 있다.
"자산가들도 중국채권 관심…100조까지 큰다"
○거액 자산가들도 관심

보험사를 시작으로 연기금, 개인 등도 달러 표시 중국 채권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분위기다. 낮아진 금리로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다른 투자 주체들도 마찬가지여서다. 임정민 NH투자증권 크레딧 팀장은 “최근 (중국 채권에 대한) 기관과 거액 자산가들의 문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보험사 이외의 기관 중에도 중국 채권 편입을 검토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중계가 아닌 사모펀드 형태로 중국 채권을 매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사모로 굴리는 달러 표시 중국 채권펀드 규모는 2500억원 선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역시 모집액 1100억원을 넘어섰다. 보험과 연기금, 은행 등이 사모펀드로 뭉칫돈을 밀어넣고 있다는 게 운용사들의 설명이다. 김윤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본부 팀장은 “단일 기관을 위해 사모펀드를 만드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만 없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을 것”이라며 “시장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직접중계 서비스도 시작됐다. NH투자증권은 이달부터 창구에서 달러 표시 중국 채권을 팔기 시작했다. ‘10만달러 이상’이란 빡빡한 가입 조건에도 불구하고 한 달 만에 170억원어치의 채권이 팔려나갔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거액 자산가들이 단기로 자금을 굴리기 위한 목적으로 중국 채권 펀드를 찾는다”며 “주력 상품은 6개월짜리 은행채”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과열” 논란도

중국 기업들도 달러 표시 채권 발행 물량을 늘리고 있다.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달러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지점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중국 국영은행과 신흥국 시설 투자에 적극적인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채권을 통한 달러 자금 조달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국내 기관으로 채권을 들여오는 역할은 신한금융투자 등 홍콩에 현지법인을 둔 국내 증권사들이 맡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간도 달러 표시 중국 채권 중계시장의 강자로 꼽힌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중계한 기관 물량이 2조원에 육박할 만큼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채권의 국내 거래량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국내에 적게는 20조~30조, 많게는 100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달러 채권 시장 규모의 10배가 넘는 위안화 채권시장이 열렸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 정부에 800억위안(약 13조원)에 달하는 위안화적격투자자(RQFII) 한도를 허용했다. 국내 금융업체들은 이 제도를 활용, 중국 위안화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채권의 장점이 알려지면 2조~3조원 안팎의 공모 펀드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 채권 열풍을 우려하기도 한다. 중국공상은행, 시노펙 등 5~6개 채권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서다. 신용 문제가 불거지면 2013년 1조원 넘게 팔린 말레이시아 국채처럼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형석/이태호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