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 뒤늦게 투자하고서 피해 덤터기…외국인·기관은 반대

'가짜 백수오' 논란에 코스닥시장이 된서리를 맞았다.

무려 7년여 만에 지수 700 고지를 넘어섰다가 '백수오' 충격으로 휘청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백수오 여파로 내츄럴엔도텍을 비롯해 코스닥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또다시 손실을 볼 처지에 놓였다.

꾸준히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이번 사태를 핑계로 차익 실현에 나섰지만, 적잖은 '개미'들은 반대로 추격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백수오 논란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는 일시적인 것으로, 코스닥은 조정을 거쳐 결국 재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기대감에 의존해 '묻지마 투자'에 나서지 말고 실적과 성장 가능성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면밀히 분석해 선별 투자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 '백수오'에 휘청인 코스닥…"상승 흐름은 훼손 안 돼"
30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닥 지수는 사흘째 약세를 이어가 전날보다 3.61포인트(0.52%) 내린 692.08을 나타내고 있다.

개장 초 코스닥은 가까스로 오름세를 보였으나 쏟아지는 매물을 이겨내지 못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은 백수오 사태가 불거지기 전날인 지난 21일의 종가(714.52)와 비교하면 3%를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상위 20개 종목의 시가총액만 21일 45조815억원에서 이날 현재 45조3천435억원으로 2천620억원 감소했다.

특히 충격의 발원지인 내츄럴엔도텍은 개장하자마자 하한가로 직행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주가는 3만4천100원으로 지난 16일 장중 기록한 사상 최고가(9만1천200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내츄럴엔도텍의 시가총액은 지난 21일 1조6천743억원에서 이날 6천593억원으로, 무려 1조150억원이 증발했다.

이번 코스닥 조정은 백수오 논란이 시장 전반의 신뢰 추락으로 이어져 투자심리가 악화된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백수오 논란이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코스닥이 7년여 만에 지수 700을 돌파하면서 고점 인식이 확산되자 백수오 사태가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이 내츄럴엔도텍 충격을 빌미로 일시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나, 주가는 일시 조정을 거쳐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만 하나대투 수석연구위원은 "셀트리온 등 바이오 대표주들은 동반 조정을 받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시장 전체의 문제라기보다 개별 기업 문제로 인식돼 파급 효과가 더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은 소비와 헬스케어 비중이 크다"며 "이번 사태가 코스닥의 상승 세를 크게 훼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강세 전망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 추격매매 나선 개미투자자 피해 커
문제는 이번 사태로 애꿎은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점이다.

난데없는 가짜 논란으로 주식을 쓸어담아온 개인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츄럴엔도텍의 주가(종가 기준)는 작년 말 4만5천55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약재 백수오가 여성 갱년기 장애와 면역력 강화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이달 16일 장중에 9만1천원까지 뛰었다.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9만원을 넘어선 것도 이달 15일과 17일로 백수오 논란이 불거지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백수오 논란이 터지자 주가는 17일 종가 대비 열흘도 안 돼 62.5%나 급락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고, 개인은 '매도 우위' 기조를 유지하면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올해 백수오 사태가 나기 전날인 21일까지 내츄럴엔도텍 주식에 대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82억원과 355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717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코스닥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하자 뒤늦게 내츄럴엔도텍 추격 매매에 나섰다.

실제 4월 이후 거래만 보면 개인은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389억5천만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3억700만원과 347억2천200만원 순매도로 돌아서 차익을 실현했다.

백수오 충격에 휩싸인 22일 이후의 거래만 보면 개인은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556억원어치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37억원과 355억원 순매도했다.

손실은 내츄럴엔도텍 투자자에 그치지 않았다.

충격이 도미노처럼 번지면서, 코스닥시장이 약세로 돌아서 뒤늦게 코스닥 시장에 뛰어든 다른 개인들도 손실을 봤다.

올해 개인들은 쌈짓돈을 쏟아부으며 코스닥을 '거품 영역'까지 올려놨다.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은 1조3천73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천525억원과 2천813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시장에 내놓은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쓸어담은 셈이다.

백수오 사태가 불거지고서도 외국인과 기관은 '팔자'에 나섰지만 개인은 꾸준히 코스닥 주식을 사들였다.

4월 22일부터 29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천824억원, 1천974억원 순매도했으나 개인은 3천860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이번 사태가 성장주의 신뢰에 흠집을 낸 이슈로 작용했다"며 "사실 내츄럴엔도텍에서 시작됐지만, 성장주의 실적에 대해 고민을 하던 코스닥시장 입장에선 한 번은 겪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한 개인의 선호 정도와 정보, 기대감만으로 그동안 투자에 나섰다면 앞으로는 실체가 있는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 간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장하나 김수진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