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기조 차이 따른 강달러가 이끌어

유럽과 아시아 주요 증시가 상승 랠리를 타며 사상 최고치로 올라서거나 수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각국이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 논의에서 촉발된 달러화 강세가 이들 증시의 상승 흐름을 이끌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증시에서 FTSE 지수는 전날보다 0.86% 오른 7,022.51로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넘어섰다.

영국 보수당 정부가 지난 18일 공개한 2016년도 예산안에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전보다 소폭 상향조정해 경제 성장 속도에 대한 믿음을 키웠다.

독일 프랑크푸트증시의 DAX 30 지수도 지난 17일 12,167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2,000을 돌파했다.

DAX 30 지수와 FTSE 100 지수는 올 들어 각각 23%, 6% 올랐다.

올 들어 강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중국 증시와 도쿄 증시도 수년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는 강한 랠리를 펼치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7일 7년 만에 3,5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상승세를 이어가 3,600선까지 넘어섰다.

일본 도쿄증시의 니케이225 지수도 20일 19,560.20을 기록하며 200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럽 주요국 지수의 상승 랠리는 월 600억 유로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가 한몫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급락하면서 유럽 기업들의 수출 증가와 실적 호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리스 구제금융 재협상을 둘러싼 그리스 정부와 국제채권단 간 대립 등 불안 요인이 상존해있지만, 전반적인 증시 흐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쳐 달러화 강세가 주춤해졌지만, 미국과 유로존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간 통화정책 기조 차이는 여전히 계속돼 유럽과 아시아 증시를 버티는 재료로 작용할 전망이다.

달러화 강세 기조에 따라 뉴욕 증시에 있던 자금이 유럽 증시로 이동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제 역시 올해 정부의 공식 성장률 전망치가 지난해보다 낮은 약 7% 수준이지만 리커창 중국 부총리는 최근 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될 경우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당분간 주요 증시 흐름에 영향을 줄 최대 변수로 미 달러화 추이를 지목했다.

최근 국제 증시의 최대 관심사였던 미 연준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나온 데에는 급등한 달러화 가치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예상보다 급등한 달러화 가치가 미국 수출 및 경제성장 둔화와 금리 인상의 주요 전제조건 중 하나인 인플레이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을 우려한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만의 국제통화전략가인 마크 찬들러는 "중장기 투자자들은 여전히 달러화 약세를 예상하고 있다"며 "연준이 6월이든 9월이든 금리를 올리는 것은 큰 변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