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의 주주총회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해외 주요 기관투자가에 현대자동차의 이번 정기주총에서 이사 선임 등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13일 열리는 현대차의 정기주총 안건 의견서에서 모든 안건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현대차가 배당금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친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은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

ISS는 의견서에서 “옛 한국전력 터를 10조원대에 매입하는 것에 부정적이던 주주들을 배려한 배당정책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전 부지 매입이 경영을 효율화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것”이라는 현대차 측의 설명을 그대로 인용, 한전 부지 매입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ISS "현대차 주총 모든 안건 찬성"
이번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의 최대 관심사는 외국인 주주 ‘표심’이다. 작년 9월 현대차그룹이 옛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하기로 한 것에 대해 외국인이 이사 선임 등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공무원연금 등 일부 연기금이 한전 부지 매입에 찬성표를 던진 이사의 재선임안에 반대하기로 하면서 긴장이 높아졌다.

하지만 주요 해외 기관투자가에 영향력이 큰 ISS가 현대차의 손을 들어주면서 연기금의 태도 변화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ISS는 “현대차가 배당금을 늘리기로 결정한 것은 투자자의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2014 회계연도에 보통주 한 주당 3000원, 우선주 31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총 배당금은 전년(5344억원)보다 52.9% 많은 8173억원이다. 이는 2010년(총 배당금 4122억원)의 2배 수준이다.

ISS는 “현대차가 거액의 부동산 매입을 결정한 과정과 향후 기대되는 효과를 투자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현대차의 주주 친화 정책은 부지 매입에 우려하는 투자자들을 위한 대응”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ISS는 당시 사내이사였던 윤갑한 현대차 사장의 재선임 안건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사외이사(감사위원) 2명의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ISS의 사외이사 기준에 부합한다며 찬성 의견을 냈다.

ISS는 전 세계 기관투자가 1700여곳을 고객사로 두고 투자 회사의 주총에서 각 안건에 찬성 또는 반대할 것을 권고하는 회사다. 주요 글로벌 기관투자가에 의견을 제공하고 있어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 일부 국내 기관투자가는 현대차 계열사들의 일부 이사 선임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사의 지분 7~8%가량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이날 현대차 주총 의결권 행사전문위원회를 열고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 매입에 찬성한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 1명씩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가 하락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많지만 경영 효율화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ISS의 의견을 따를 가능성이 커 반대 의견이 큰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ISS는 또 한국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총 안건에 대해서도 모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대표이사(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김한중·이병기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 이사 보수한도(9명·390억원) 승인 안건을 상정했다. ISS는 “이사 후보자들에 결격 사유가 없고 이사 보수한도도 합리적으로 책정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고운/서기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