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도 인정했다 '코리아리치투게더'…운용사CIO가 뽑은 "나도 투자하고 싶은 경쟁사펀드"
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28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들에게 직접 물었다. “3년 이상 투자할 경우 가장 가입하고 싶은 경쟁사 주식형 펀드는 무엇인가”. 회사 직함을 떼고 펀드 소비자 입장에서 객관적인 평가와 선택을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지난달 24일부터 3일까지 진행했다. 1인당 1~3개씩 총 75개를 추천받았다.

이 결과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코리아리치투게더’가 펀드매니저들이 꼽은 최고의 주식형 펀드로 선정됐다. 한국밸류10년투자, 신영마라톤, 메리츠코리아, 한국투자네비게이터도 득표 수 기준 5위 안에 입성한 주식형 펀드들이다.

◆강방천 회장의 투자 철학에 높은 점수

코리아리치투게더는 전체 75표 중 8표를 얻어 라이벌 사이에서 가장 인정받는 펀드로 조사됐다. 코리아리치투게더는 국내 ‘가치투자자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최광욱 전무(CIO)가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저평가된 우량주를 발굴, 주가가 적정 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장기 보유해 수익을 올리는 전형적인 가치주펀드다. 2008년 7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 129.61%, 최근 3년 수익률 34.87%, 최근 1년 수익률 10.66%를 기록 중이다. 이 펀드를 추천한 한 CIO는 “기업을 사는 것은 사업모델을 사는 것이란 강 회장의 투자 철학이 녹아 있는 펀드”라며 “특히 장기 수익률이 높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위는 7표를 받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다. 국내 최고의 가치투자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이 9년째 맡고 있다. 이 펀드는 업종이나 주식 규모와 상관없이 수익성 및 자산가치 등을 고려한 저평가주를 매수하는 투자 철학을 유지하고 있다. 흔히 가치주펀드는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부사장은 회사 크기와 상관없이 철저히 고평가, 저평가 여부만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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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주펀드 공동 4위로 눈길

신영자산운용의 역사가 녹아 있는 신영마라톤은 6표를 받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신영자산운용의 대표 펀드로 발돋움한 신영밸류고배당보다 자금순유입 규모, 수익률 측면에서 부진해 설움을 겪었지만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이 자사 어느 펀드보다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수익률(대표 클래스 기준)은 10.88%로 가치주펀드 중 가장 높다.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싸다’고 판단해 편입한 대형주들의 주가가 연초 이후 상승세를 탄 결과다.

5표를 받아 4위에 오른 펀드는 메리츠코리아다. 2014년 1월 혜성처럼 국내 자산운용업계에 등장해 메리츠자산운용을 환골탈태시킨 존 리 대표의 작품이다. 흔히 가치주펀드로 분류되지만 리 대표는 “메리츠코리아는 가치주펀드가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가치주를 사는 게 아니라 회사 경영진과 ‘동업자가 된다’는 마음을 갖고 순간순간의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면서 장기투자할 만한 주식을 고른다”고 투자 철학을 설명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대표 펀드인 한국투자네비게이터는 성장주펀드 중 유일하게 5위 안에 포함됐다. 5표를 받아 메리츠코리아와 공동 4위다. 최근 3년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치투자자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 펀드를 운용하는 박현준 부장 같은 성장주 투자자들은 남몰래 설움을 겪었다. 수익률도 부진했다. 네비게이터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5.8%, 최근 2년 수익률은 5.45%다. 그러나 2년 남짓 대형주 장세를 대비하며 준비한 결과, 최근 네비게이터의 수익률은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6.26%로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인 4.23%를 앞선다.

◆투자철학 일관된 펀드에 투자해야

추천 펀드의 운용사별 순위를 집계한 결과 일부 펀드가 몰표를 받은 신영자산운용(10표), 에셋플러스자산운용(9표)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그러나 삼성자산운용은 중소형포커스, 차이나2.0, 아세안 등 6개 펀드가 고르게 추천을 받아 총 7표를 얻었다. 이 밖에 ‘코리아리더스’ 펀드로 유명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과 ‘밸류포커스’ 펀드의 KB자산운용도 5표를 받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4표), 한화자산운용(3표), 피델리티자산운용(3표)이 뒤를 이었다.

CIO들이 펀드를 추천할 때 고려한 점은 무엇일까. 이구동성으로 ‘투자 철학의 일관성’을 꼽았다. 단기 수익률이 부진한 한국밸류10년투자나 최근 2~3년 수익률이 낮았던 한국투자네비게이터가 많은 표를 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최 전무는 “펀드는 투자 스타일 변화가 없는 게 경쟁력”이라며 “투자자들은 일관된 철학을 가진 펀드에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CIO는 “펀드매니저들이 인정하는 펀드들의 공통점은 한 펀드매니저가 5년 이상 운용했다는 점”이라며 “시장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부침이 있지만 일관된 투자철학을 유지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선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