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벤처 붐…'엔젤'이 돌아왔다
“코스닥 꿈틀거리죠, 벤처 창업 늘고 있죠, 정부도 창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잖아요. 창업하는 회사가 많은 지금이 투자 적기죠.”

신발제조업체 영진실업의 강현태 부장(49)은 작년 말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한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친구가 소개해준 엔젤투자 동호회다. 창업 초기 기업 가운데 투자 대상을 함께 찾는다. 강 부장은 “모바일 솔루션이나 헬스케어 분야 유망 기업을 골라 투자한 후 상장할 때까지 묻어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창업 초기 벤처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엔젤투자자가 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벤처 거품 붕괴와 함께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엔젤투자가 최근 창업 열풍을 타고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엔젤투자 교육을 받은 ‘공인 엔젤투자자’는 작년 말 현재 7063명이다. 공인 엔젤투자자는 정부 자금을 매칭펀드로 지원받는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 2013년(4870명)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올해 안에 1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엔젤투자자는 벤처 거품 붕괴 이후 급격히 감소, 2011년엔 300명 선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엔젤투자자가 증가하는 가장 큰 배경은 창업 열풍이다. 2011년 6만5110명이던 창업자 수는 지난해 8만4697명으로 3년 새 30%가량 늘었다. 벤처 종목이 대다수인 코스닥지수도 최근 600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다. 창업 열기와 코스닥이 군불을 땠다면 멍석을 깔아준 건 정부다.

2012년 초기 벤처에 투자한 개인 투자금액만큼 정부도 투자하는 ‘엔젤매칭펀드’를 출범한 게 대표적이다. 10%에 불과하던 소득공제율이 올해부터 100%까지 확대된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이관우/오동혁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