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상위에 위치한 제일모직이 기업공개(IPO) 시장의 새 역사를 썼다.

11일 대표 주관사인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된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 결과 30조635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앞서 2010년 최대 청약증거금을 모았던 삼성생명의 19조8444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오후 4시가 마감이지만 객장에 온 사람들의 청약접수가 아직 진행되고 있어서 증거금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청약경쟁률은 194.9대 1까지 치솟았다. 공모 청약에 배정된 574만9990주 모집에 11억2052만여주의 신청이 들어왔다. 195주를 청약해야 제일모직 1주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청약대금(청약주식수X공모가 5만3000원)의 50%인 청약증거금을 감안하면, 516만7500원을 납입했어야 제일모직 1주를 받게된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쟁률이 330.2대 1로 가장 높았다. 삼성증권(264.2대 1) 하나대투증권(189.7대 1) 대우증권(172.5대 1) 우리투자증권(159.7대 1) KB투자증권(167.5대 1) 등을 기록했다.

제일모직의 흥행은 예고됐었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을 정점으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제일모직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모직의 상장 자체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으로 해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지분 25.10%를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3.72%, 이부진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8.37%씩을 가지고 있다.

제일모직에서 다시 시장에 나올 자금을 노리고 8개 기업(스팩 제외)이 오는 15일과 16일 동시에 청약을 받는 진풍경도 벌어지게 된다. 제일모직 청약에서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한 자금이 오는 15일 환불되기 때문이다. 공모주를 배정받은 약 1조5200억원을 제외하면 28조5000억원이 15일 시장에 풀리는 것이다.

제일모직은 오는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시초가는 공모가의 50~200% 범위에서 정해진다. 삼성에스디에스처럼 공모가의 두 배에 시초가를 결정하고, 가격제한폭 15%까지 오르게 된다면 제일모직의 주가는 12만1900원이 된다. 이 경우 시가총액은 15조원에 이른다. 이날 시총 21조원을 기록한 기아차에 이어 유가증권시장 13위 수준이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