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3일 오후 2시 47분

은행예금이나 부동산개발사업 대출채권(PF) 등을 기초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잔액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의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일종의 ‘그림자 금융’ 상품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자금시장 왜곡과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행된 ABCP 잔액(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12조3857억원 포함)은 지난달 말 102조6463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말 31조원에서 5년 만에 3.3배로 불어났다. 특히 2012년 말 이후부터는 은행예금을 기초로 한 ABCP 발행이 급증, 76조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1년10개월 만에 36% 확대됐다. 같은 기간 신용등급 A+ 이하 회사채 시장은 60조원에서 46조원으로 23% 감소했다.

은행예금 ABCP 발행이 급증한 건 증시 침체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증권사와 거액의 자금을 유치하려는 은행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정기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는 데다 1~6개월 만에 환매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윤영환 서울신용평가정보 상무는 “부동자금이 실물경제와 무관한 은행예금 파생상품에 쏠리면서 기업 자금조달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오상헌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