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모처럼 힘을 냈다. 이 종목의 주가는 14일 전날보다 1.71% 오른 112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전날보다 3% 이상 주가가 오르며 시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시가총액이 160조원 넘는 삼성전자 주가가 3%씩 움직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9월 이후 꾸준히 삼성전자를 팔아치웠던 기관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호가가 뛰었다는 게 증권가의 중평이다. 거래는 뜸했지만 팔겠다는 사람이 적어 주가가 오른 것이다. 이날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476억원에 그쳤다. 기관의 순매도액은 2억원으로 집계됐다.
[기로에 선 유가증권·코스닥 1위株]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은 "잊자"
박영주 현대증권 연구원은 “상당수 기관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바닥이라고 판단하고 주식을 사들였다”며 “외국인들도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망을 좋게 보고 있어 매물이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어 달만 들고 있으면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쉽사리 팔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연말까지 강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대형주들과 달리 외국인이 아닌 기관에 의해 약세장이 연출됐던 만큼, 기관이 더 팔지 않으면 주가 하락도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조우형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이 탄탄하다”며 “휴대폰이 잘 팔리던 시절만큼 비싼 주가를 기대하긴 힘들어도 주가가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세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올해 8조2800억원에서 내년 10조93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업계 1위라는 간판이 주가를 지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3분기 영업이익 4조1000억원을 삼성전자 실적 저점으로 보고 있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이 바닥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기도 힘들 것”이라며 “애플의 신제품 효과가 무뎌지는 내년 2분기는 돼야 5조원대 영업이익 회복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