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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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이 고개를 든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주회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둔화와 환율 악재 속에 기업 실적 기상도는 흐린 반면 삼성과 현대차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재 국내 기업 지배구조는 지주회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만큼 이들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지주회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 저평가 놓인 지주사…제일모직 상장으로 재평가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외 지주회사와 비교해도 국내 지주회사는 저평가 영역에 놓여있다. 국내 지주회사의 올해 순자산가치(NAV) 증가율은 21.6% 이지만 할인율은 34.5%에 달한다. 해외 지주회사들의 NAV 증가율 27.8%, 할인율 14.8% 대비 저평가 돼 있는 것.

하지만 국내 지주회사도 이같은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나 주식시장 대체재로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음 달 삼성SDS 상장과 연내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상장을 계기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을 정점으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최상위 지배기업이면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 상장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이 보다 더 탄력받을 수 있다"며 "삼성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이 높은만큼 지배구조 변환이 가시화된다면 다른 그룹 지배구조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인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내년까지 지배구조 단순환 작업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제일모직, 삼성SDS 상장이 예정된 삼성그룹은 물론 현대차, SK 등을 유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8월 현대위아를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을 쐈다. 당시 현대위아는 오는 11월1일부로 비상장 자회사 현대메티아와 손자회사 현대위스코를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위스코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그룹 내 유일한 부품업체. 이번 합병으로 정 부회장은 현대위아 지분1.95%를 갖게 된다.

LG, CNS등 비상장사 주목…한화, 건설 턴어라운드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삼성과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으로 지주회사가 재평가 받을 것이란 전망 속에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하고 LG와 한화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LG는 사업포트폴리오 비중 변화로 박스권을 탈피할 것이란 분석이 한화는 골칫덩이 자회사 한화건설의 불확실성 해소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시기라는 전망이 각각 나왔다.

2011 년 기준 LG의 NAV에서 사업영역별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LG화학, LG생활건강 등 화학 및 생활소비재 부문이 55.5%에 달했다. LG전자 등이 주축이 된 전자부문은 23.9%, LG유플러스가 주축이 된 통신 및 서비스 부문은 20.5% 이었다.

올해 기준으론 화학 및 생활소비재 부문은 49.5%, 전자부문은 26.1%, 통신 및 서비스 부문은 22.7%를 기록했다. 화학 및 생활소비재 부문 비중이 낮아지는 대신 전자부문, 통신 및 서비스 부문이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이 연구원은 "그동안 부진했던 전자부문, 통신 및 서비스 부문 등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에 향후 실적의 안정성 뿐만 아니라 향상성도 기대할 수 있다"며 "LG주가도 박스권을 탈피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 CNS등 비상장 계열사 상황이 좋은 점도 LG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송 연구원은 "삼성SDS와 SK C&C의 주가 강세로 LG CNS가 주목받고 있다"며 "서브원의 해외 비중 확대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한화는 한화건설의 정상화와 방산 사업 매출 본격화로 저평가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한화건설은 올해 연간으로도 4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하지만 추가적인 손실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한화 주가도 상승 모멘텀(동력)을 기대해볼 만 하다.

이 연구원은 " 한화 주가는 한화건설 실적 불확실성으로 부진했지만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며 "한화건설 정상화를 통해 한화 주가도 그간의 부진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부터는 한화가 개발한 차기 다련장체계인 현무 관련 매출이 2000억 원 가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방산 사업 매출이 한 단계 올라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