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부진한 실적에 발목을 잡혔던 대한항공 주가가 3분기 성수기를 맞아 ‘이륙’을 시작했다. 원화 강세와 유가 하락 등 우호적 환경이 조성된 가운데 맞은 성수기지만 경쟁 심화와 자회사인 한진해운의 부진한 실적은 여전한 부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연중 최고 성수기인 3분기에 수익성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주가의 상승 탄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 실적 부진 딛고 '이륙'…"성수기 효과 누릴 것" vs "장거리 경쟁 심화"
대한항공은 25일 0.97% 오른 3만6550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4월 세월호 사고와 5월 태국 쿠데타 등의 영향으로 3만5000원 근처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달 중순 이후 9% 오르며 박스권을 뚫고 올라선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19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74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2분기보다는 개선됐지만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5월과 6월 황금연휴에도 국제 여객은 전년 대비 0.6%, 국내여객은 7.1% 줄었다. 탑승객이 줄었지만 영업손실액은 대폭 축소된 것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수송단가 인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하반기엔 탑승률 개선에 더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중 미국 델타와 업무 제휴로 환승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고 한국과 중국의 내수 부양으로 여객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어서 영업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강세와 더불어 유가가 안정되고 있는 것도 호재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국제선 여객 실적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대한항공도 3분기 항공운송산업의 성수기 효과를 본격적으로 누리고 있다”며 “3분기엔 2012년 연간 영업이익 규모와 비슷한 2200억원을 기록하고 이 분위기는 2015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래 성장동력이 될 항공우주사업부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부 매출은 2009년 2516억원에서 연평균 26%의 빠른 속도로 성장해 지난해엔 6382억원을 기록했다”며 “내년에는 1조1000억원, 2020년엔 3조원의 매출을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앞으로 그 가치가 더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저비용 항공사들의 약진은 성수기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점유율을 높인 저비용 항공사들이 신규 노선 개척에 나서면서 장거리 노선도 추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2분기 국제 여객 수송량이 예상보다 저조했고 정비비 등 고정비가 크게 늘면서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며 “저비용 항공사는 물론 주변국 항공사와의 장거리 여객 확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 6월 자회사로 편입한 한진해운 실적도 3분기부터 지분법 이익으로 반영된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해운 실적 회복 지연에 대한 위험 부담도 안고 가야 한다”며 “예상보다 좋지 않은 여객부문 수지로 이익 추정치가 줄고 있는 것도 주가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