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기조가 수출 업종의 주가 회복에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100엔당 900원대의 환율이 굳어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981원10전에 마감했다. 전날에 비해 3원 이상 하락해 2008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017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던 지난 8일과 비교하면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9거래일 만에 3.5%가량 절상됐다. 달러·엔 환율도 103.7엔으로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에 비해 엔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엔화 약세는 수출주 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과의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업종 대표주인 현대차는 이날 0.23% 오른 22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코스피지수 급락 이후 기술적 반등에는 성공했다고 하지만, 상승률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0.61%)을 밑돌았다. 삼성전자가 이날 0.97%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원화 대비 엔화 약세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이후에는 100엔당 원화 환율이 800원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엔화와 달러화의 동반 약세가 외국인 매수세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IG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4년 동안 외국인들은 달러당 1100원 이하, 100엔당 1000원 이하라는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구간에서 뚜렷한 매도 우위 성향을 보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