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첫선을 보인 합성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합성 ETF는 당초 환 헤지에 대한 고민 없이 다양한 해외 자산에 투자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됐다. 이에 따라 국내 자산가들의 반응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딴판이다. 그나마 간간이 거래되던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합성-미국바이오’도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지난달 바이오주가 일제히 급락한 후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벌떼 상장'에도 빌빌대는 합성 ETF시장
○합성 ETF “거래도, 재미도 없다”

한국거래소는 23일 합성 ETF의 5월 하루 평균 거래량(1~22일)이 7억5749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5월 들어 2개 종목이 추가 상장돼 거래 종목의 숫자가 10개로 늘었지만, 거래 대금은 4월 8억4527만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합성 ETF 시장 시가총액이 1900억원 선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별 종목의 시총도 미미하다. 1위를 달리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합성-유로스탁스50(H)’의 시총도 304억원에 불과하다. 코스닥 시총 800위권 상장사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합성 ETF 시장의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대 수익률이 경쟁 상품에 비해 탁월하게 높은 것도 아니고, 거래 부진으로 제때 ETF를 팔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세금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상장 ETF와 달리 분리과세 혜택이 없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 자산가들이 투자를 꺼린다는 설명이다.

이기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대부분이 분리과세가 가능한 해외 상장 합성 ETF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며 “해외 상장 ETF에 투자하면 연간 250만원 이상 초과수익의 22%를 양도소득세로 내긴 하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돼 전체 소득세 과표가 올라가는 것보다 낫다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전체 ETF 시장도 역상장

투자자들을 자극할 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자산을 활용한 합성 ETF들은 미국 장이 끝나는 순간 가격이 멈춘다”며 “장중 재료에 따라 주가가 꿈틀거리는 맛이 없다 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규 상품 상장을 준비하는 자산운용사들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뤄지면 수익은커녕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신규 상장된 합성 ETF는 모두 5종이며 상반기 중 5종이 추가 상장될 예정이다.

매년 50% 안팎 성장하면서 시총이 20조원 가까이 불어났던 전체 ETF 시장도 올 들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말 19조3962억원에 달했던 ETF 시총은 4월 이후 17조원 안팎까지 감소했다.

■ 합성 ETF

글로벌 투자은행을 통해 해외지수와 채권, 부동산 등에 간접 투자하는 상품. 실물자산을 직접 편입하지 않고 이론적인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ETF 가격이 실물자산 가격을 정확히 반영한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어 주식을 사고파는 것과 똑같이 거래할 수 있다. 이익에 대해선 소득세와 주민세 명목으로 수익금의 15.4%를 내야 한다.

송형석/황정수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