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電·車 산다…대형株 꽃피는 4월 오나
증시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대형주가 꿈틀거리고 있다. 올 들어 5조원어치 이상을 순매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로 다시 돌아서면서, 가격대가 내려온 대형주들을 쓸어담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130만원대에 복귀한 것을 필두로 저평가된 대형주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기술 테마주들이 번갈아 가며 오르는 중소형주 순환매 장세가 마무리 국면인 만큼, 대형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권고가 잇따르고 있다.

◆변곡점에 선 증시

코스피지수는 27일 전 거래일보다 0.7% 오른 1977.97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3월 들어 가장 지수대가 높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233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장을 이끌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3.74% 급등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1.23%), 현대모비스(1.44%), 포스코(0.5%) 등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코스닥 시장 분위기는 정반대다. 전날보다 0.46% 떨어진 541.46까지 지수가 밀렸다. 투자자들이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는 방증이다.

장 초반만 해도 하락장을 점치는 견해가 우세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할 뜻을 분명히 하면서 전날 미국 지수가 하락한 게 불안심리를 부추겼다. 하지만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쓸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H 등 중국 관련지수가 오름세를 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물 반 고기 반’이긴 한데…

저평가 대형주 강세가 시작됐다는 총론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업종과 종목 선택 이슈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전자, 자동차에 이어 철강, 화학, 은행 등 주가 수준이 낮은 업종이 동반상승할 것이란 입장이다. 오 팀장은 “4월16일 중국 국내총생산(GDP) 발표 전후로 구체적인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히면 업종을 불문한 ‘안도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적 모멘텀이 있는 수출주만 선별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입장이다. 유 팀장은 “삼성전자는 호재가 있다기보다는 지나치게 가격이 싸서 주가가 움직인 사례”라며 “결국은 이익 모멘텀이 강한 현대차 등 자동차 관련주들이 수익률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낙폭이 컸거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의 지표가 낮은 종목만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리서치회사인 올라FN의 강관우 대표는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인 글로벌 대형주 중 중국은행을 제외하면 가장 저평가된 종목”이라며 “삼성전자와 유사한 저평가 종목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도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이 좋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정보기술(IT), 은행 등 저평가 정도가 심한 업종만 오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저평가주를 고를 때 지표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유 팀장은 “KT는 포스코와 함께 PBR이 낮은 자산주로 분류되지만 구조적으로 자산매각이 힘들다”며 “이 경우 KT의 주가 상승 잠재력이 포스코보다 낮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형석/강지연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