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와 휴대폰의 약세에도 꿋꿋하게 약진, 정보기술(IT) 분야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반도체 관련주들이 흔들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만8000원대에 주가가 묶여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D램가격·루머에 흔들린 반도체株

○반도체 값 따라 주가도 약세로

SK하이닉스는 20일 전 거래일보다 0.77% 떨어진 3만885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3일 장중 4만200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약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장비주들은 낙폭이 더 크다. 지난달 11.9%의 상승률을 기록한 유진테크는 지난 14일 1만9500원을 꼭지로 주가가 빠지고 있다. 이날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2.63% 하락한 1만8500원이다. 원익IPS(-3.55%), 테스(-1.36%), 피에스케이(-0.87%) 등 다른 장비주도 이날 일제히 주가가 떨어졌다.

반도체주의 상승세가 꺾인 것은 IT 비수기를 맞아 반도체값이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1.9달러대를 유지했던 D램(2Gb) 고정 거래가는 이달 중순 들어 1.8달러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D램이 가격 방어를 얼마나 해 주느냐, 낸드 가격이 언제 회복되느냐에 따라 올해 반도체 밸류체인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영주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금이 IT제품 비수기임을 감안할 때 낸드 값 약세 기조가 적어도 3월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며 “D램 가격은 약세가 예상되지만 하락속도가 완만해 당장 관련 업체의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기기 신제품이 쏟아지는 2분기 이후가 반도체주의 분수령”이라며 “모바일 기기 수요 회복, 낸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그림이 나올 경우 반도체 업체들은 물론 삼성전자의 주가도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비주 지고, 소재주 뜨고

장비주 주가가 하락 반전한 도화선은 지난 주말 돌았던 루머다. 삼성전자가 중국 우시에 3차원 낸드플래시 공장 2단계 투자를 연기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무너뜨렸다. 삼성전자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관련주들의 주가는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설비투자’라는 재료 자체가 ‘끝물’이었다고 설명한다.

김성인 키움증권 IT부문 총괄 상무는 “당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각각 10조원과 3조5000억원을 시설투자에 쓸 것으로 전망됐지만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실제 투자 규모가 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 수요로 올해 1분기까지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장비업체들의 실적도 2분기부터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꼽히는 업종은 반도체 소재다. 소재는 장비에 비해 실적 변동성이 낮은 만큼, 반도체 업황이 현재 수준만 유지돼도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반도체 업종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소재 업체 솔브레인의 주가는 1.22% 올랐다.

삼성전자가 이끌고 있는 반도체 구조의 3차원화 바람도 소재업체 주가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세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3차원 구조의 반도체에는 2차원에 비해 소재가 두 배 이상 필요하다”며 “소재 업체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