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7일 오후 4시10분

국가대표株 '시총 10조 클럽'이 흔들린다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전문회사 LG디스플레이는 2011년 1월까지만 해도 시가총액 13조5612억원으로 주식시장 11위의 어엿한 ‘시총 10조원 클럽’ 소속 상장사였다.

사정이 급변한 건 중국 시장에서 BOE 등 현지 업체들의 도전을 받으면서다. 점유율은 떨어지고 패널 수요도 줄어들며 2011년 765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작년엔 1조163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으나 지난해 9월12일 10조원 밑으로 떨어진 시총은 7일 현재 8조9633억원에 머물러 있다.

LG디스플레이 같은 한국 간판주들이 주식시장에서 초우량주의 기준이 되는 ‘시총 10조원 클럽’에서 속속 이탈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등 경쟁사들의 도전으로 성장성이 의심 받으며 주가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10조원이 넘는 초우량주 수는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1년 1월 말 26개에서 올해 1월 말 20개로 줄었다.

이 기간 LG 에쓰오일 현대제철 롯데케미칼 LG디스플레이 우리금융 삼성물산 KT 신세계 등 9개사가 떨어져나갔다. 새로 들어온 곳은 KT&G 하나금융 네이버뿐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시총 10조원 클럽’ 중 작년 분할재상장한 네이버를 제외한 19개사의 시총은 2011년 1월 말 527조9624억원에서 지난달 말 544조7878억원으로 3.18% 늘었다. 그런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머지 18개사의 시총은 같은 기간 383조4618억원에서 356조2446억원으로 7.09% 감소했다.

"증시, 대기업 성장성 의심"

국가대표株 '시총 10조 클럽'이 흔들린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가총액이 줄었다는 건 곧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 초우량주에 대한 투자 수요도 줄었다. ‘시총 10조원 클럽’ 소속 초우량주의 1사 당 월 평균 거래대금은 2011년 1월 2조4598억원에서 지난 1월엔 1조5376억원으로 감소했다. 월 거래량도 2011년 총 8억4486만주에서 지난 1월 3억884만주로 급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부 한국 간판주를 외면해서다. 같은기간 삼성전자(50.53%→49.65%) LG화학(34.64%→33.27%) SK이노베이션(33.31%→32.02%) 현대중공업(19.98%→18.17%)의 외국인 지분율은 낮아졌다.

‘시총 10조원 클럽’이 흔들리는 이유는 실적이 감소하며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시총 10조원 클럽’ 20개사 중에서 결산월이 바뀐 삼성생명 삼성화재, 분할재상장한 네이버를 제외한 17개사 중 작년 IFRS연결 기준 영업이익(2곳은 추정치 평균)이 2011년 영업이익보다 늘어난 곳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5곳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 간판주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이 개선된 곳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정보기술(IT)주와 한국전력 등 4곳 밖에 없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주력사업인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주들은 엔저(低) 바람을 탄 일본 업체들과 글로벌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조선 철강 화학 관련 간판주들은 중국 기업들의 ‘저가 물량공세’에 신음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해는 신흥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고전할 것”이라며 “한국 간판기업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은 기본이고 애플의 아이폰처럼 새로운 시장을 여는 제품을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