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가 테이퍼링 후폭풍

주가·환율 요동…한국도 살얼음판
원화값 7개월來 최대폭 급락 1弗 1084원
코스피 1920 깨져…채권만 나홀로 강보합
금융시장 덮친 '3각 악재'…외국인 벌써 주식 2조이상 팔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등 설 연휴 동안 쌓인 각종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진 3일, 한국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을 걸었다. 주식과 외환시장은 시간이 갈수록 개장 초보다 낙폭을 키우며 높아진 불안심리를 반영했다. 일단 여기까지는 테이퍼링의 충격을 흡수하며 숨 고르기를 하는 양상으로 볼 수 있다.

◆외국인의 순매도 행렬

금융시장 덮친 '3각 악재'…외국인 벌써 주식 2조이상 팔았다

문제는 시장에 테이퍼링의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다는 안도감과 신흥국 위기 확산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세가 부담이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507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운 데 이어 3일엔 406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 들어 총 2조여원의 이탈 규모가 절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3조4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국면으로 볼 수도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테이퍼링 실시 결정이 나온 작년 12월19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는 한국이 8억달러로 아시아 신흥국 중 가장 컸다. 경제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태국(-5억달러), 인도네시아(-9800만달러)와 비교해 다소 많은 금액이다. 한국이 신흥국 중에선 우량국으로 분류되고, 주요 기업 주가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테이퍼링 충격에서 비켜날 것이라는 당초 증권가의 예측은 일단 빗나갔다고 볼 수 있다.

◆원화값 널뛰기

외환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전 거래일보다 10원60전 급등한 달러당 1081원으로 출발했다. 장 마감 직전엔 1085원30전까지 폭등하며 지난달 27일(1087원70전) 이후 장중가 기준으로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0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승하다 29일 10원 넘게 급락하는 등 널뛰기를 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날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은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신흥국보다 컸다”며 “닷새 만에 개장하며 신흥국 불안의 충격을 크게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견됐던 원화 약세였지만 그 폭이 커 국내 외환시장도 위험권에 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위기국과 차별화 가능할까

테이퍼링 충격이 일단 국내 채권시장은 비켜간 모습이다. 이날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1%포인트 하락(채권값 상승)한 연 3.60%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신흥국 금융 위기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한국 채권이 당분간 강세를 띨 것이란 기대를 조금씩 내비쳤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양호한 펀더멘털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는 한국의 국채를 안전 자산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번에 금융시장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 것이냐의 문제는 시장의 회복능력과 속도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5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전망이 처음 부각됐을 때도 충격이 작지 않았지만 국내 외환과 주식시장은 한 달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이 같은 단기 회복을 점치기 어렵게 하는 요인들은 산재해 있다. 중국 경기가 예상외로 부진하고 주요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로 6개월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 중국이 고성장을 이어가지 못하면 국내 수출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중국 경기는 지켜볼 변수”라며 “신흥국 시장의 휩쓸림이 다소 잠잠해져야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신흥국 위기에 한국이 동조화할 위험이 큰 만큼 환율이 오르고 주가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론 한국이 위기를 맞이한 신흥국과 차별화되면서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김유미/하헌형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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