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편에 민감해진 여의도 증권가
지난주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사진)가 개봉된 뒤 여의도 증권가에선 때아닌 영화 논란이 불거졌다. 탐욕스런 미국 월가 금융자본을 소재로 한 영화여서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과거 비슷한 영화가 두 차례 상영됐을 때, 미국 증시나 한국 증시 모두 탄탄한 상승장이 이어졌다며 위안하는 증권맨들도 있다.

1편 격인 ‘월스트리트’란 영화가 개봉되기 6개월 전, 미국에선 ‘블랙먼데이’(1987년 10월19일 주가 대폭락) 사태가 터졌다. 하루 새 다우지수가 2200대에서 1700대로 22.6% 폭락했다. 그러나 다음해 영화 개봉(1988년 4월29일) 이후 연말까지 다우지수는 2100대를 회복했다. 코스피지수는 블랙먼데이 직후 456까지 하락했다, 1988년 말 922까지 시세가 분출했다.

2010년 10월21일 관객을 처음 맞은 ‘월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Money Never Sleeps)’도 그랬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금융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였지만, 증시엔 미풍에 그쳤다.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1018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2011년 5월 초 2200선까지 올라섰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들 영화는 제작 소요기간 등의 이유로 미국 금융시장이 큰 사고를 치고 1~2년 지나서 개봉됐다”며 “개봉 당시엔 이미 시장이 급반등하며 상승세를 이어가 아이러니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