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축소' 전문가들 시장 전망…불확실성 걷혔지만 '환율·실적' 복병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결정에 대해 ‘예상했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엔화 약세가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더 걱정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생각보다 앞당겨지긴 했지만, 규모는 시장이 예상한 수준이라고 했다. Fed는 양적완화 규모를 현재 매달 850억달러에서 100억달러 줄인 750억달러로 정했다. 올 하반기 들어 양적완화 축소 시행 우려가 불거질 때마다 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출렁거렸던 점을 감안하면 불확실성 해소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 양적완화 축소는 소규모라고 해도 충격은 있겠지만, 그 강도는 예전처럼 크지 않을 거라고 봤다. 다른 신흥국에 비해 한국 증시가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는 점도 충격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1·2차 양적완화가 끝났을 때는 트리플 약세(주식, 채권, 환율 약세)가 일어나는 등 이머징마켓에는 좋은 소식은 아니다”며 “다만 이번에는 양적완화 축소부터 시작해 서서히 출구전략으로 가는 방식이고, 미국 경기가 호전됐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충격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엔화 약세가 양적완화 축소보다 한국 증시의 복병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19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상승·하락을 반복하다 전날보다 1.0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봤다. 김태홍 그로쓰힐투자자문 대표는 “내년 양적완화 축소 규모가 커지고 미국 경기가 호전되면서 달러는 강세로 가고 엔화는 약세일 수밖에 없다”며 “엔화 약세로 외국인이 한국보다 일본을 선호할 수 있어 당분간 코스피지수는 박스권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있다.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는 “이머징마켓에서 빠져나가는 자금 규모가 크지 않다면 달러 강세도 제한적이고, 이에 따라 달러와 연동돼 있는 엔화 약세 압력이 계속 유지되긴 쉽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양적완화를 완전히 끝내는 출구전략 시기는 내년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은 내후년이 될 거라고 내다봤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미국 경기회복을 위해서나,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재닛 옐런 차기 Fed 의장의 성향을 감안할 때 출구전략이 빨리 시행된다 해도 내년 말”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은 2015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 엔화 약세 외에 한국 증시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중국과 유럽 경기, 기업 실적, 통상임금 등을 꼽았다. 오석태 한국SG증권 상무는 “앞으로 주식시장의 관건은 유럽과 중국의 경기 개선 여부”라고 덧붙였다.

이고운/황정수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