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삼성생명 신임 사장(좌), 원기찬 삼성카드 신임 사장(우)>
<김창수 삼성생명 신임 사장(좌), 원기찬 삼성카드 신임 사장(우)>
삼성그룹이 2일 단행한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금융계열사 수장들을 대거 교체했다. '신상필벌'(잘한 사람은 상 주고, 못한 사람은 벌한다는 것) 원칙에 따라 실적이 부진했던 금융사들이 인사 돌직구를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인사에서 주요 금융계열사 6곳(삼성생명, 화재, 증권, 카드, 자산운용, 벤처투자) 가운데 증권과 자산운용을 제외한 4곳의 사장이 모두 바뀌었다.

삼성생명 대표이사는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이 새로 맡게 됐다.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은 2선으로 후퇴, 삼성사회공헌위원회로 이동한다.

삼성 관계자는 "김 사장은 삼성생명이 은퇴시장과 해외 등 성장시장 공략을 가속화해 국내 1위를 넘어 세계 일류 보험사에 오르는데 매진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삼성전자에서 '인사통'으로 꼽혀온 원기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은 정연주 부회장이 물러난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 겸 건설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회사 관계자는 "원 부사장은 삼성전자에서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글로벌 핵심인력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을 선도해왔다"며 "삼성전자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삼성카드에 접목시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외홍 삼성벤처투자 사장도 사회공헌위원회로 물러난다. 이 자리에는 이선종 삼성전자 부사장이 승진해 이동한다. 이 부사장은 회계·자금·세무 등의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재무관리 전문가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 계열사 중 금융 쪽 실적이 좋지 않았던 것이 인사의 주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황 부진 속에서도 선방한 김석 삼성증권 사장과 윤용암 삼성자산운용 사장이 자리를 지킨 것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경우 올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보다 10% 이상 줄었다. 최근에는 '보험왕'으로 꼽힌 설계사의 탈세 비리 문제가 불거져 금감원 조사를 받았다.

삼성카드는 연 초 순익이 반토막 나는 등 부진에 시달렸지만 3분기 들어 실적이 개선됐다.

삼성 관계자는 "국내 업황이 좋지 않다고 해도 해외 사업 등에서 좀더 실적을 내야 하지 않았겠느냐"며 "이번 금융계열사 인사는 삼성전자의 성공 DNA가 다른 계열사에도 전파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오전 11시57분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전 거래일과 똑같은 10만만2000원, 26만5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삼성카드는 1.84%(700원) 내린 3만7400원에 거래 중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