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비전 발표] 상장 문턱 낮추고 M&A 증권사 우대…사모펀드 설립 쉽게
27일 나온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 중 금융투자업(자본시장) 쪽에 정부의 고민이 집중된 흔적이 역력하다. 정부는 상장 활성화, 인수합병(M&A) 지원책부터 사모펀드 개편, 신시장 개설 추진 등에 이르기까지 개선 방안을 빠짐없이 내놓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평소 하던 일을 좀 더 소상히 밝혔을 뿐”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청사진을 밝힌 것이며, 내달 중 자본시장 역동성 제고 방안 등 세부 추진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문턱 낮춰

금융위는 올 2월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에 이어 주식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고 상장 유지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추가로 내놓았다. 유가증권시장의 기업공개(IPO) 건수가 작년 7건, 올해는 3건에 불과할 정도로 기업들이 상장을 꺼리고 있어서다.

먼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려는 대형 우량 기업은 상장심사 기간을 현행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로 줄여주는 신속상장제도(패스트 트랙)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증시 침체로 일반 투자자들의 공모 참여가 저조한 현실을 감안해 일반주주 수 요건을 현행 1000명에서 700명으로 낮춘다.

코스닥에서는 상장을 위한 질적심사 55개 항목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질적심사는 기업 계속성, 경영 투명성 등을 평가하는 것으로 거래소의 자의적 심사 논란이 많았을 정도로 상장의 중요 관문이다. 질적심사 기준도 과거 실적 중심에서 미래 성장잠재력을 평가하는 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코스닥에선 최대주주 등의 보호예수 기간을 현행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한다.

M&A 증권사 우대

금융위는 M&A를 추진하는 증권사에 영업인가 요건 우대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증권사가 사모펀드 운용업을 겸할 때 우선 허용해줄 수 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증권사 M&A의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된 영업용순자본비율(NCR)도 손보기로 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자회사 투자금을 자본에서 전액 빼기 때문에 M&A를 하면 NCR 비율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앞으로 자회사의 리스크 정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총 위험액에 반영하겠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NCR 전반의 제도 개선은 내년 1분기 중으로 마무리짓겠다고 했다. 또 부실 증권사의 경영개선과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적기시정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사모펀드 설립 쉽게

금융위는 자본시장 투자 수요를 늘리는 방안으로 사모펀드를 키워드로 잡았다. 김진홍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사모펀드 시장은 전문 투자자들의 영역”이라며 “기관투자가 자금이 좀 더 자유롭게 유입되고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설립을 사전등록제에서 사후보고제로 바꾸는 게 대표적이다. 또 사모펀드 유형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로 통합해 단순화하고, 개인들은 손실 감수 능력이 있는 ‘사모적격투자자’ 외에는 직접 사모펀드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했다. 일반사모펀드 수탁액은 지난 10월 기준 141조원으로 전체 사모펀드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일반인들은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형 간접펀드에 투자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이 밖에 변동성지수선물, 장기국채선물 시장 등의 개설을 추진하고 상장지수채권(ETN)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벤처중기펀드의 투자 대상을 벤처·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고 투자 범위도 주식 메자닌 지식재산권 등으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