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파생상품 '아찔한 추락'] "파생상품 출시·퇴출 자유롭게…출구 없는 死海化 막아야"
“파생상품 소비자들은 최대한 보호하되 시장 자체를 죽여서는 안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파생상품 시장의 출구 없는 사해화(死海化)를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위험한 파생상품은 철저히 규제하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자세로 단속 위주의 처방만 고집하면 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죽은 호수인 사해처럼 고사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쟁력을 지닌 신규 상품 상장을 활성화하고, 거래가 거의 되지 않는 사문화 상품의 퇴출을 자유롭게 하는 게 파생시장의 숨통을 틔우는 길이란 설명이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들에게만 문호를 개방하는 것과 아무도 거래를 못하게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며 “거래 규제를 풀고 상품 접근성은 넓히되 거래할 수 있는 자격에 대한 판단이나 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과 모바일트레이딩 등 한국 시장의 강점을 살린 새로운 상품을 출시, 구색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파생상품은 15개에 불과하다. 1619개의 상품을 취급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도입이 시급한 상품 1순위로 주가지수 변동성 선물을 꼽았다. 미국, 유럽, 일본, 홍콩 등에서 이미 검증된 상품인 만큼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파생상품실장은 “주가지수 변동성 선물은 주가지수 수익률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을 겨냥한 대체투자 상품이 될 수 있다”며 “증권사의 변동성 거래 수요도 큰 만큼 수요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철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도 “지수의 변동성은 기존 상품으로는 헤지가 힘들다”며 “이를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선물 상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개별 주식 선물과 옵션처럼 시장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거래가 다소 부진한 상품의 거래를 되살리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상무는 “해외 거래소에선 신규 파생상품 진입과 거래가 부진한 상품의 퇴출이 시장논리에 따라 자유롭게 이뤄진다”며 “한국에선 그동안 시장성이 부족해 거래가 거의 없는 상품이라도 상장폐지가 쉽지 않다 보니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려는 노력이 부족했는데 이 부분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