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덫'에 거래량 세계 1위서 2년 만에 10위로…한국 파생상품 '아찔한 추락'
‘파생상품 시장의 삼성전자’로 불리던 코스피200선물의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15만계약대로 떨어졌다.

파생결합증권(DLS) 발행액도 1조6213억원으로 월 2조3000억~3조1000억원을 오간 올초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증권사들은 잇따라 파생상품 관련 업무에서 손을 떼고 있다.

한때 ‘세계 1위’였던 한국 파생상품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금융당국이 ‘개인의 투기 거래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한꺼번에 강력한 규제를 쏟아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책적으로 파생상품 시장을 키우는 일본과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8월 말 현재 한국거래소의 세계 파생상품거래소 순위는 거래량 기준으로 10위다. 2011년 1위에서 2년 만에 9계단 떨어졌다. 글로벌 시장의 파생상품 거래량(올 1~8월)은 경기 및 증시 회복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151억7000만계약을 기록한 반면 한국은 63.1% 줄어든 5억7700만계약에 머물렀다.

개별 상품 중 코스피200옵션은 올 상반기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76.3% 줄면서 인도증권거래소의 ‘S&P CNX Nifty’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은 ‘고사’ 직전이다. 골드만삭스, JP모간, 도이치 등 대다수 외국 증권사는 국내 ELW 시장에서 철수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흥국증권은 코스피200선물·옵션 중개업무권을 금융감독원에 반납했다. 자산 규모 10위권 내 대형 증권사에서도 파생상품 담당자를 명목상 한 명만 둔 곳이 나올 정도다.

파생상품 시장이 이처럼 빛을 잃은 것은 정부의 규제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2010년 도이치증권의 ‘옵션 쇼크’로 여론이 나빠지자 파생상품 시장에 규제의 칼을 대대적으로 꺼내들었다. 코스피200옵션 계약 단위가 5배 높아졌고 ELW의 유동성공급자(LP) 호가 범위 제한,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차익거래세 부과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자 보호’라는 대의에는 공감하면서도 규제가 지나쳐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꼴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은 현물 시장의 변동성을 헤지(회피)하는 기능이 있는데 지나치게 위축되면 현물 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이사는 “시장 상황에 맞게 규제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황정수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