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 만기 평균 58일…2010년 5월 이후 가장 짧아

동양그룹 사태 여파로 이달 들어 발행된 기업어음(CP) 만기가 지난달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짧아졌다.

CP에 대한 기업들의 의존도는 여전히 높지만 동양그룹 사태 이후 시장의 CP 소화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진 탓에 발행물의 만기가 눈에 띄게 단축됐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10월 들어 발행된 CP의 만기는 평균 58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0년 5월 이후 가장 짧은 것이다.

올해 CP의 평균 만기 추이를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 2월에는 약 7개월에 해당하는 234일까지 확대됐었다.

금융당국이 지난 5월부터 만기 1년 이상의 공모 CP에 대해 증권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하자 이에 앞서 기업들이 장기 CP를 서둘러 발행했기 때문이다.

CP의 만기는 5월 이후 정부의 규제가 시행되면서 점차 줄어들었다가 7월(68일)을 저점으로 다시 길어져 지난달에는 평균 101일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9월 추석 연휴 이후 동양그룹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이달에 발행된 CP의 만기는 전월의 절반 수준에 가까운 58일로 단축된 것이다.

만기 단축 현상은 동양사태 이후 CP에 대한 기업들의 이중적 심리를 반영한다.

한국예탁결제원과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인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7영업일 간 CP 전체 발행액은 14조9천억원으로 직전 7영업일 발행액(11조5천억원)보다 29.0% 늘었다.

9월 말 동양그룹이 무분별한 CP 발행으로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한 이후에도 기업들의 CP 발행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동시에 CP의 만기가 크게 단축된 현상은 동양사태 이후에도 CP가 시장에서 이전만큼 소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 발행사들의 자신감이 부족했던 결과로 풀이된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발행의 편의성과 한도의 자율성 때문에 기업이 CP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겠지만, 주관사 입장에서는 동양사태 여파에도 CP를 시장에 소화시키려면 가급적 만기를 줄이는 게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부터 시행되는 머니마켓펀드(MMF) 규제안도 CP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MMF에 편입되는 자산의 가중평균만기의 한도를 현행 90일에서 75일로 단축하는 내용의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내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가중평균만기를 줄임으로써 유동성을 확보해 금리가 상승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펀드런'(대량 펀드환매)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당 개정안이 적용되면 MMF 유동성 확보를 위해 국공채·통안채의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그동안 수익률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던 CP의 투자 비중은 작아져 CP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