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퍼트롤] 여의도 '짜장면 지수' 보면 증시가 보인다?
여의도에는 '짜장면 지수'가 있다.

평일 여의도 중식당의 단체석 예약을 보면 증시가 오를지 내릴지 알 수 있다는 속설이다. 신규 상장기업의 기업공개(IPO)나 30~40여명 규모의 설명회(IR)가 주로 평일 중식당에서 열리는데 호황기에는 횟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카메라모듈 생산업체 '해성옵틱스'는 기자와 관계자 30여명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장소는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

해성옵틱스를 포함해 올해 신규 상장을 했거나 추진 중인 기업들 대부분은 여의도 중식당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포티스 아이센스 제로투세븐 코렌텍 세호로보트 나스미디어 알서포트 파수닷컴 우리이앤엘 금호엔티 지엔씨에너지 KG ETS 등이다.

증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기본적인 사업구조와 향후 전망, 상장 취지 등을 설명하기 위해 대개 1~2시간 동안 기자와 기관투자자들 20~30여명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한다. 여의도 중식당은 지리적인 위치와 가격 등을 감안한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한 IPO업계 관계자는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한정된 시간에 기업 소개와 질의응답, 식사까지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서울 여의도의 중식당이 잘 될수록 증시도 호황을 맞이한다는 속설이 생길만도 하다"고 말했다.

증시가 호황기에 접어들어 신규 상장기업들이 늘어나면 여의도 중식당에도 간담회 단체석 예약이 꽉 찬다. 침체기 때는 그 반대다.
[여의도 퍼트롤] 여의도 '짜장면 지수' 보면 증시가 보인다?

여의도 중식당 관계자는 "점심 예약이 많을 때는 주 4~5회로 꽉 차기도 했다"며 "최근 2년간은 상당히 적은 편이지만 올해는 상반기까지 문의가 뚝 끊겼다가 지난달부터는 주 1~2건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IPO 기업은 지난 2011년 이후로 꽁꽁 얼어붙었다가 올해 하반기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증시에 입성했거나 추진했던 기업은 총 19개에 그쳤지만, 올 4분기에는 현대로템 등 30여개 기업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간담회 장소로 주로 이용되는 중식당은 1978년에 문을 연 '열빈'과 세련된 콘셉트의 '스타차이나', 여의도역 중심에 위치한 '홍보석' 세 군데다.

한 IR컨설팅업체는 "호황기 때는 이 세 군데를 일정에 맞춰 예약할 수 없어서 버스를 대절해 근처 호텔이나 다른 음식점으로 이동할 때도 있었다"며 "지금처럼 분위기가 살아나면 머지않아 짜장면 말고도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 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