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괜찮다지만…어디서 '펀치' 날아올지…
‘버냉키 쇼크’에 이어 ‘시진핑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한국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사상 최저이고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이 과거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때보다 크게 개선됐지만, 안도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주가 저평가에도 불안 여전

현재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내려가 ‘저평가’됐다는 점에선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견이 없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이 외국인들에게 한국 증시의 매력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시각과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큰 흐름에서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평가가 맞서고 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일정 제시로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6배까지 하락했다”며 “금융위기 당시의 0.87배에 근접한 만큼 코스피지수 1850 이하는 매우 싼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도 “MSCI코리아 종목들의 올해 이익증가 예상치를 당초 27~28% 수준에서 19~20%로 대폭 낮춰 잡아도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5배”라며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외국계 금융회사의 한국 투자의견이 ‘시장평균 이하’에서 ‘중립’로 상향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포지션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저평가된 것은 맞지만,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지는 큰 흐름에서 보면 저평가 자체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반박했다.

외환보유 등은 크게 개선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과거 출구전략(과도한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금리 인상 등 금융긴축정책 발동) 당시와 비교할 때 나아졌다는 분석이다.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의 체감도가 가장 높았던 1994년 당시 한국은 신흥국 평균보다 현저하게 적은 43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었지만 이후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지속적인 외환건전성 확충으로 지금은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단기외채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팀장은“중국의 지방정부 부실, 은행과 유사한 대부업체들의 난립으로 인한 금융 폐해 등 구조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중국 경제에 영향을 받는 한국시장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규호/김동욱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