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동 결제원 사장, 우주하 코스콤 사장도 교체될 듯
거래소 이사장 후임에 최경수, 임기영, 황건호 거론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사의 표명과 함께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된 증권 유관기관 수장들의 교체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지주 '4대 천왕'의 교체 수순이 마무리되면서 인사 태풍이 증권 유관기관장들로 넘어오고 있다.

김봉수 이사장은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려대 인맥으로 분류돼 증권 유관기관장 가운데 교체 대상 1순위로 꼽혀왔었다.

◇ 코스콤·예탁결제원 사장 '줄사퇴' 이어질까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이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증권 유관기관 수장들의 '도미노 퇴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은 작년 12월 3년 임기를 마쳤고 올해 12월까지 임기가 1년 연장됐지만 'MB맨'으로 분류된 탓에 새 정권 들어 교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임기가 남았더라도 필요하면 금융기관 수장을 교체하겠다"며 전방위 압박에 나서자 김 이사장의 교체가 기정사실로 여겨지기도 했다.

김 이사장의 후임으로는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 임기영 전 KDB대우증권 사장,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 이사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거래소는 이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 차기 이사장 선임에 착수하게 된다.

그러나 거래소 노동조합이 이사장 선임과 관련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신임 이사장 선임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노조 관계자는 "거래소 차기 이사장 자리를 놓고 전·현직 증권업계 인사들 사이에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최경수 전 사장의 이사장 선임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김봉수 이사장과 함께 김경동 한국예탁결제원 사장도 교체 대상으로 지목된다.

김경동 사장은 내년 8월까지 임기가 1년 이상 남았지만 마산상고 출신의 'MB맨'으로 간주된다.

게다가 노조와의 갈등도 벌어져 임기를 다 채우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임기가 내년 1월까지인 우주하 코스콤 사장도 교체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코스콤 사장은 사장추천위원회 추천과 주주총회를 거쳐 곧바로 선임되지만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자리다.

우 사장은 옛 재정경제부와 국방부에서 일한 관료 출신이다.

예탁결제원과 코스콤은 올해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적표에 따라 사장 교체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증권업 불황 탓에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한국거래소 등 전국 111개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를 다음 달 20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 거래소 임원 인사 후폭풍 예고
김봉수 이사장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거래소는 임원 인사 후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새 이사장으로 누가 오느냐에 따라 어느 정도 예정됐던 임원 인사 구도에 변화가 일 수 있다.

거래소 내부 분위기도 술렁이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6월 임시 주주총회 소집과 본부장 3명의 인사 안건을 결의했다.

진수형 경영지원본부장은 지난 3월 22일로 임기가 끝났고, 김진규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김도형 시장감시위원장의 임기는 이달 초 만료됐다.

거래소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려 했지만 정부가 김 이사장을 비롯한 금융권 기관장을 대대적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처리가 미뤄졌다.

새 경영지원본부장으로는 강기원 전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지원본부장은 이사장 유고시 업무를 대행하는 서열 '1순위' 임원이다.

김진규 본부장과 김도형 위원장은 1년 임기 연장이 유력하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다음 달 10일 열리는 주총에서 본부장 인사의 귀추를 주목해야 할 듯하다"며 "내달 5일께 임원들의 일괄 사직서를 제출받는다는 얘기까지 도는 등 임원인사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노조가 내정 임원 인사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도 변수로 떠올랐다.

유흥열 거래소 노조위원장 당선자는 지난 24일 임원 인사 안건에 대해 "6월 낙마가 유력한 상황에서 경영실패를 은폐하고 그동안 공생해 온 측근에 대한 보은인사까지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김봉수 이사장의 꼼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새 노조는 내부 출신인 현직 간부를 경영지원본부장에 임명할 것과 김 이사장의 조속한 퇴진을 요구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