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주말을 맞아 사람들로 북적인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직장인 이봉규 씨(37)는 부인, 아들과 함께 장을 보러 나왔다. 어린 아들을 위해 이른바 ‘갑을 논쟁’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M사의 ‘우유 오리지널’과 B사의 떠먹는 요구르트를 카트에 골라 담았다. 한 끼를 때우기 위해 섞어 먹으면 맛있다고 해 인기인 N사의 짜장라면과 우동면도 함께 샀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과 해당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주가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을까. 한국경제신문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쇼핑마트에서 ‘알짜 내수주’를 골라 담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살펴봤다.

쇼핑카트는 증시 전광판!…알짜 내수주 사려면 마트에 가라

○주부들 쇼핑카트를 관찰해라

우선 한 대형마트 전체 매장의 올 1~4월 과자, 유제품, 라면 매출 1~10위 제품과 해당 기업주가의 상관관계를 따져봤다. 이 마트에선 과자류로는 롯데제과 묶음제품(1위)과 카스타드(4위), 마가렛트(5위), 몽쉘카카오(7위), 몽쉘크림(8위) 등 롯데제과 제품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반면 제과업계 라이벌 오리온은 초코파이가 매출 순위 2위에 올랐지만 묶음제품(9위)과 촉촉한초코칩(10위)이 간신히 10위권에 들며 상대적으로 열세였다.

우연찮게도 두 회사의 주가 상승률도 비슷한 형태로 엇갈렸다. 롯데제과는 올 들어 8.96% 오른 데 비해 오리온은 1.36% 상승하는 데 그쳤다. 김혜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은 대형마트 휴무제 실시 등에 따른 올 1분기 내수판매 부진 우려 탓에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며 “주가가 이미 지난해 가파르게 올랐던 데다 중국시장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유제품 분야에선 직원의 폭언 논란으로 불매운동까지 번졌던 남양유업의 하락과 매일유업의 반사이익이 제품 판매와 주가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 유제품 판매 10위권에서 남양유업 제품은 모두 중하위권으로 밀렸다. ‘떠먹는 불가리스’가 5위, 맛있는우유GT가 6위, 남양요구르트가 10위에 자리했다.

반면 유제품 판매 최상위권은 비상장사인 서울우유 제품과 매일유업, 빙그레 제품이 올랐다. 올해 주가 등락률 역시 매일유업이 62.24% 급등했고, ‘바나나맛 우유’ ‘요플레’를 무기로 삼은 빙그레가 8.93% 약진했다.

라면시장은 농심이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신라면과 올리브짜파게티, 얼큰한너구리가 1~3위를 차지하며 주력제품 삼양라면이 4위에 오른 삼양식품에 우위를 점했다. 두 회사 주가도 농심이 올 들어 15.47% 오른 반면 삼양식품은 10.06%로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라면업계 양강은 주가 상승률 측면에선 오뚜기(참깨라면·89.7%)와 풀무원홀딩스(꽃게짬뽕·36.88%)에 크게 뒤졌다. 이들이 라면주로 분류되기보다는 종합식품회사 성격이 강했던 때문이다.

○잘 팔리는 제품 회사 내 비중 따져야

대형마트에서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인 기업들은 주가 상승률도 뛰어났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분석한 주요 식음료업체 26개의 올 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오뚜기가 1위, 매일유업이 4위였다. 풀무원홀딩스(7위), 크라운제과(9위)도 상위권이었다. 상대적으로 대형마트 판매실적이 좋지 않았던 남양유업(21위)과 오리온(22위)은 최하위권이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 판매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유추하는 것은 기본이라면서도 △특정 제품이 회사 매출이나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 △이미 판매 호조 상황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도 출근길에 사람들이 도넛을 사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선 것을 보고 ‘던킨도너츠’에 투자했다”며 “생활에서 시장의 흐름을 미리 읽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미 주가에 해당 내용이 선반영됐는지 여부가 투자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