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셀트리온 보유지분 다 팔겠다"…"공매도에 질렸다…" 서정진의 마지막 승부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10일 인천 송도 셀트리온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동안 경영권 매각 제의가 들어와도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요즘엔 팔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셀트리온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글로벌 기업이 줄을 섰다”고도 전했다.

그로부터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16일 서 회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셀트리온을 내려놓겠다”며 경영권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이미 경영권에 관심을 표명한 다국적 제약사도 있다”며 “5~6월께 유럽의약품청(EMA)의 판매 승인을 받고 매각 작업을 진행해 늦어도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및 셀트리온제약의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을 97.28% 보유한 최대주주다. 셀트리온 제품의 해외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도 50.31% 갖고 있다.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 연장선

“공매도 세력과의 싸움에 질렸다”는 게 서 회장이 밝힌 매각 결정 배경이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은 지난 2년간 공매도 세력의 집중 공격 대상이 돼 왔다. 셀트리온은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공식화하고 그동안 자사주 매입, 무상증자, 주식배당 등 주가 부양조치를 잇따라 내놨다. 전날 장마감 뒤 자사주 75만주를 사들이겠다고 공시한 것을 포함, 이달에만 두 차례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서 회장은 전날 셀트리온이 추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뒤 불과 6시간 후인 밤 10시께 매각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그는 “불법 공매도 세력에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 운영자금에 써야 할 수천억원을 자사주 매입 등에 쏟아부었다”며 “하지만 회사 노력만으로는 탐욕스런 투기 세력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통상 비밀리에 진행하는 경영권 매각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공매도 세력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된다. 셀트리온 주가는 자사주 매입 결정에도 이달 들어 12%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였다가 이날 회사 매각 소식이 전해지며 5.06% 오른 4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서 회장은 “회사 여유 현금이 5000억원 정도 된다”며 “회사가 어려워서 파는 게 아니라 회사 발전과 주주 이익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서 회장의 발표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실적 논란 등으로 셀트리온 주가가 추가로 떨어질 경우 대주주의 주식담보 지분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초강수’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지에스씨는 각각 셀트리온 보유 지분의 48%, 70%가량을 금융권에 주식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금융위 공매도 수수방관”

서 회장은 이날 공매도 감독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셀트리온에 대한 공매도가 도를 넘어 금융위원회에 수차례 대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코스닥 기업에 공매도를 허용하면 성장 단계 기업은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창의적 기업이 성장하기 힘든 한국 풍토도 꼬집었다. 그는 “설립 초기에는 사업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 ‘사기꾼’이란 소리를 들어야 했다”며 “셀트리온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면서 한국에서 조달한 자금은 한 푼도 없고 정부의 도움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남들은 성공한 사업가여서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성공하니까 오히려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찾아왔다”며 “한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이제는 지쳤다”고 했다. 그는 “연내 셀트리온을 매각하고 제2, 제3의 셀트리온이 나올 수 있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