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신종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증시 악재가 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AI가 과거 사스(SARS) 사태 때와 같이 중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경우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이 전망된다.

9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 상하이에서 64세 남성이 신종 AI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신종 AI 사망자는 7명으로 늘었고, 감염자 수도 24명으로 늘었다.

중국에서 신종 AI 감염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방글라데시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AI 공포'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AI가 단순한 질병 사태를 넘어 중국 경제성장 둔화를 일으키고, 나아가 국내 기업들에게까지 타격을 입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03년 사스 발생시 감염자 수는 8456명, 사망자수는 809명, 괴질 감염국은 30개국에 달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03년 2분기에 중국은 사스 여파로 민간소비와 외국인 직접투자가 감소하면서 내수경기가 급격히 위축됐고, 2011년 이후 최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2003년 2분기 중국 GDP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7.9%로 1분기 10.8%보다 2.9%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이번에 발생한 신종 AI의 경우 이전에 비해 확산 속도가 빠르고 치사율도 28.5%로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더 주의가 당부되고 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만약 이전 조류독감과 동일한 속도로 퍼진다고 가정하면, 중국에서 감염자가 100명을 넘는데까지 12일이 소요되고, 다시 2주가 더 지나면 감염자는 400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증시도 이에 따른 우려를 반영하며, 청명절 휴장 이후 개장한 지난 8일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특히 농업, 관광 등 AI로 실적 타격이 우려되는 종목들이 하락을 주도했다.

한정숙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전염병과 같은 외부적 충격이 주식시장의 흐름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주식시장의 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킨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최근 약세장 속에서 발생한 이번 신종 AI는 그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종 AI는 2분기 중국 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경기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에도 악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만약 조류독감이 확산돼 5월초 노동절 수요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2분기 중국 경기는 물론 국내 주가와 경기의 추가 조정압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사스 발생 시를 돌이켜보면 신종 AI가 확산된다고 하더라도 악영향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승현 애널리스트는 "초기에 조류독감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어느 정도 확산될 것인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알려진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인 영향도 있다"며 "경험에 미루어 판단한다면 조류독감 확산에 따라서 주식시장에 주는 영향은 과거보다 작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재엽 애널리스트도 "사스 영향력이 컸던 2003년 초의 경우 1분기에는 경제성장률이 둔화됐으나 2분기를 기점으로 중국 경제가 회복됐다"며 "악영향은 1분기 정도에 국한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중국 AI도 시장 변수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중국관련 소비재에 대한 관심은 일부 제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